[교육칼럼|성장하는 부모]

   

정숙자
나우부모교육센터소장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실존적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힘은 선택하는 힘이다. 실존은 자기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존재라는 데서 시작된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실존하고 있는 존재로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참 감정은 무엇인지 알고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사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타인을 탓하거나 비난하는 기술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이 계획적으로 선택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울 수 있을까? 그리고 아이의 생각을 열어주는 철학적 대화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자녀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먼저 자녀의 연령에 맞는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나이가 어린 자녀에게는 두 세 가지의 경우의 수에서 선택을 하게하고 점점 성장함에 따라 선택의 폭도 넓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 너가 가지고 싶은 책을 고르렴.
석영: 엄마가 골라 주셔요. 저는 모르겠어요.
엄마: 너가 원하는 책을 골라. 여기 많은 책이 있잖니?
석영: 그냥 아무거나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난 만화책을 읽고 싶은데 엄마가 싫어하겠지?)
엄마: 왜? 네가 읽을 책을 네가 모르니....

 위의 대화에서 석영이는 선택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고 이를 보고 있는 엄마도 무척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권을 주고 난 후에도 여전히 엄마의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고 아이는 느끼고 있다. 이 대화에서 엄마는 석영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고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면 엄마가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 석영아 네가 좋아하는 책이 이 서점에 있니? 잘 고르렴. 엄마는 두 권을 선물하고 싶어.
석영: 제가 좋아하는 것은 만화책인데 엄마는 만화책을 안 좋아 하시죠?
엄마: 난 만화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너에게 주는 선물이니 네가 맘에 드는 것으로 골라도 돼.
석영: 저는 이 과학만화로 할게요.
엄마: 이 책의 어떤 점이 다른 책보다 더 좋으니? 엄마도 알고 싶네.
석영: 네, 이 책에는 돌발 퀴즈가 들어 있어 좋아요.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웃기는 장면이 많아요
엄마: 아 그래. 너는 만화퀴즈를 좋아하는구나. 잘 골랐다. 다른 책보다 재미있겠구나.
석영: 난 이런 책은 몇 번 반복해서 읽어도 재미있어요. 고맙습니다.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아이가 그 일에 대한 확실한 주인공이 되게 하는 것이다. 책을 고르는 주체도 아이이고 책을 책임지고 읽는 주체도 아이인 것이다. 그러면서 엄마의 솔직한 생각의 전달도 아이에게는 도움이 된다. 엄마 자신은 만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을 사 주고 싶다는 말로 아이에게 선택권을 확실하게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고 취향을 이해하고 선택에 대한 칭찬을 해 주고 있다. 이런 과정은 후의 선택 경험의 질을 강화시킨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책을 고른 아이는 그 책을 읽는 책임 또한 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선택으로 여러 번 길이 바뀌고 삶의 모습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아이가 지게 될 것이다. 아동기부터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잘 표현 하고 또 수용될 수 있다면 자신의 삶에서 솔직한 선택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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