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름 그대로다. 국내 환경(Eco) 경영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frontier)다. 1995년 다섯 명이 회사를 차렸을 때 여건은 좋지 않았다. 환경에 대한 국내 의식은 여전히 빈약했다. 2년 뒤 터진 외환 위기(IMF) 사태는 에코프론티어라는 이 신생 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대세'는 정해졌다. 에코프론티어의 예측대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21세기 성장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삼성·LG·금호 등 대기업부터 정부부처에 이르기까지 이 회사 문을 두드렸다. 2007년 에코프론티어는 환경경영 전문컨설팅업체로는 처음으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에코프론티어는 말한다. '환경이 곧 경제다.'

◇까다로운 환경 규제, 해법을 제시하다=2007년 9월 삼성SDI가 국내 처음으로 다우존스지속가능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에 편입됐다. 뉴욕 우량주를 나타내는 다우존스지수 편입 기업 중 지속가능성 상위 10% 기업이 '지속가능성 부문 리더(sustainability leader)로 선정된다. 삼성SDI가 환경 부문 주연으로 등장한 데는 에코프론티어라는 든든한 조연이 있었다. 에코프론티어는 2003년 삼성SDI의 환경경영 전략을 컨설팅했다. 국내 첫 지속가능경영 전략 컨설팅이었다. 에코프론티어의 사업은 크게 4개 부문이다. 우선 기업의 지속가능전략 활동을 진단하고 환경경영 세부 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팅서비스가 있다. 환경 정책 예산 및 구조전략 수립, 폐기물 관리, 대기 및 수질 개선 방법을 연구하는 환경정책 연구 서비스와 △지속가능투자 상품 개발 및 프로세스 구축,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사회책임투자서비스 △기후변화대응전략을 수립하고 탄소배출권 거래 및 청정에너지개발체계(CDM) 관련 부문을 담당하는 후변화 대응 전략 사업 등이 있다.

◇발전소 투자부터 펀드 운용까지=에코프론티어는 지식 전도사 역할을 넘어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과 금융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2006년 에코프론티어는 국내 업체로 처음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을 획득했다. 에코프론티어, 울산화학, 해외 탄소펀드 운용업체인CCC(Climate Change Capital) 등은 중국 지난시 CFT사의 탄소배출제어 시공 계약을 따냈다. 공장에서 에어콘 냉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HFC23)를 소각하는 프로젝트다. 탄소를 줄이면 곧 돈이 된다. 탄소배출권(CERs)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코프런티어는 CFT 공장에서 온실가스를 소각해 얻을 수 있는 탄소량은 424만8092톤. 이를 대략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400억원에 이른다. 에코프론티어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에코바이오매스에너지(EBE)는 말레이시아 사바주 정부의 열병합 발전소 건립 사업에도 참여한다. 에코프론티어는 최근 붐이 일기 시작한 사회책임투자펀드(SRI)도 만들었다. '프론티어 지속가능기업 SRI 주식투자신탁 제1호'는 우리CS자산운용, 대구은행 등과 에코프론티어가 만든 국내 대표적인 SRI 펀드다.

◇아시아 최고의 혁신가 그룹을 꿈꾼다=에코프론티어는 1995년부터 10년 동안 환경 부문 컨설팅 회사였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최근 3년간 에코프론티어는 경제, 사회, 환경의 통합을 지향하는 지속가능 부문 전문 그룹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 2008년 에코프론티어의 화두는 '글로벌'이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확대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에코프론티어는 더욱 고도의 지식으로 무장해 경제 시스템, 사회 시스템, 환경 시스템의 변화까지 주도하는 혁신가 그룹으로 거듭나는 한편, 세계 해외 환경 전문업체와 파트너십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각종 환경 파생 사업에도 적극 진출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도 주요 과제다. ◆친환경사례

에코프론티어 사업 개발팀은 '오지 출장'도 잦다. 특히 신생 에너지 개발 사업권 확보를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를 방문할 때엔 정치 상황에 따라 신변 안전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국내외 유수 기업과 함께 참여한 말레이시아 주정부의 열병합 발전소 사업의 의미는 매우 크다. 이 사업은 POIC에 스팀 및 전력 공급에 독점 판매권을 가진 유일한 에너지 공급 사업이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팜유 산업단지인 POIC(Palm Oil Industrial Cluster)를 세웠다. POIC는 1억달러를 투자, 팜유 부산물로 연료를 생산하는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소를 2010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에코프론티어의 특수목적 회사 에코바이오매스에너지(EBE)가 이 발전소 사업에 참여했다. 수익 모델은 두 가지다. 발전소는 2010년까지 24㎿(2단계 사업에선 35㎿)를 생산, 단지 내 공급한다. 온실가스배출 저감에 기여하는 청정개발사업이어서 막대한 탄소배출권(CERs)을 확보할 수 있다. 에코프론티어는 향후 10년 동안 연간 50만톤의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

"선제 공격이 중요합니다."

차분한 목소리의 정해봉 에코프론티어 사장이 환경 문제 대응 기조에 대해 이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수비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 노력도, 비용도 몇 배가 든다는 것이다. 일단 문제가 생기고 나면 수습하는 데 엄청난 대가가 따르는 환경 문제의 특성을 지적한 것이다.

정 사장은 국내 전자 업계의 환경 대응 사례는 모든 산업계가 본받아야 할 만큼 모범적이었다고 추켜세웠다.

"전자 업계는 수출 주도형 산업이기 때문에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에 정말 발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선제 대응은 오랫동안 준비했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옛 산업자원부와 환경부가 경쟁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대기업은 공급망 관리(SCM)를 이용해 중소기업이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할 있도록 이끌어줬지요."

정 사장은 앞으로 다가올 제2의 환경 규제인 '기후 변화 협약'에 무엇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경제개발국이면 누구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상당한 비용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 협약 문제에는 일본 등에 비해 우리나라가 한발 늦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이산화탄소 저감이 핵심인 기후 변화 협약은 단순한 규제로만 볼 수 없습니다. 엄청난 사업 기회와 경제 성장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상품, 하이브리드 자동차,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새 작업 환경, 탄소배출권 거래 등 신상품 시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정 사장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고 기회를 결실로 연결하는 것은 결국 최고 의사 결정자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환경 분야만큼 최고 의사 결정권자의 의지와 전략이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환경이 곧 경제라는 인식을 갖출 때만 최고 의사 결정자도 적극 나설 수 있습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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