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스크린골프의 최대 성수기다. 올해는 꽁꽁 얼어버린 날씨와 세계적 경기침체 때문에 필드에 못 나가는 골퍼들이 스크린골프방에서 갈증을 풀고 있다.

그나마 잘나가는 스크린골프방 업계도 빈익빈 부익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구로동의 A골프방에 들렀더니 낮 시간인데도 방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비슷한 시간 강남의 B골프방에서는 7타석 중 고객이 찬 방은 하나뿐이었다.

올해 들어 스크린골프가 인기 창업아이템으로 부상했지만 일부 점주는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골프시뮬레이터를 제조하는 회사 직원으로서 고객의 따가운 지적은 항시 경청해야 한다. 국내 스크린골프 시장에는 20여개의 브랜드가 난립해 있다. 시장 수요가 꾸준히 성장하고 초창기 제품 개발에 따른 기술장벽도 그다지 높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한국 특유의 스크린골프방 문화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정 스크린골퍼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상공간에서 정확한 샷인가 아니면 재미를 추구하고 있는가. 그동안 스크린골프 업계는 자사 시뮬레이터가 정확한 현장감을 살린다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 골프방 문화 자체가 친목도모의 오락적 요소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정확도를 적절히 낮추는 타협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불황을 맞아 수준급의 골퍼도 스크린골프방을 자주 찾는 상황에서 말로는 정확성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오락성을 추구하는 이중전략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골프에 첨단 IT를 접목해 현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실감나는 스포츠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내년도 스크린골프 시장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골프 시뮬레이터는 필드와 같은 정확성 실현, 스핀을 잡아내고 트러블샷을 구현하는 등 극사실주의 환경을 추구할 것이다.

한국에서 시작된 스크린골프 산업이 향후 얼마나 클지는 모르지만 경기불황을 극복하는 데 요긴한 창업아이템인 것만은 분명하다. 나 또한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스크린골프가 수준 높은 골프문화 산업으로 정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재숙 알바트로스 이사 sook11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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