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세상] - 박선아 블로거 라오스 여행기 2편

   
 
   
 
   
 
   
 
   
 
   
 

라오스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여행의 편견과 사견2편
순수한 라오인 모습보며 평화 깨달아

어느 날인가는 학교에서 돌아온 손양이 손바닥을 내 보이며 어리광을 부리는거다. 학교에서 돌아오다 아파트 놀이터 앞에서 그만 넘어졌다고. 넘어지면서 무릎이랑 손이랑 땅바닥에 스쳤는지 제법 살이 부어 올랐다. 어쨌든, 아팠겠다며 호~해 주니, 불쑥 라오스 이야기를 꺼내는 거다.

“ 엄마, 라오스 그리워? 엄마, 글쎄, 내 친구 무흐 알죠? 나보다 어리니까 동생이면서도 꼭 오빠처럼 굴었다니까. 어느 저녁에 공터에서 뛰어 놀다 내가 넘어져서 무릎에서 피가 나니까 무흐가 어쩔 줄 몰라 하더니 자기 손으로 피를 쓱쓱 닦더니 날 업고서는 자기 엄마네 가게로 막 뛰어가는 거 있지! 어린데 정말 오빠 같았어. ‘우리’ 무흐는 공부도 열심히 해서 영어도 잘 한다니까~ 영어로 나에게 라오말을 많이 알려줬고. 보고 싶다, 내 친구들! ” 손양이 보름 간의 라오스여행을 하며 다시 가고 싶은 곳으로 손꼽은 곳은 방비엥. 물론 방비엥의 풍경과 집트렉,튜빙, 카약킹 등 흥겨운 액티비티도 손양의 그 선택에 한 몫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그곳엔 손양의 그리운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비엥에 머문 날은 보름 중 닷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손양은 이른 아침 8시경과 저녁 6시경이면 여행자거리에 있는 한 호텔 공터로 달려가곤 했다. 방비엥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놀기 위해서. 방비엥 골목 이곳저곳을 라오아이들과 뛰어다니며 놀다 온 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들어오기가 일쑤. 그렇게 손양이 자신만의 친구를 사귀기 위해 또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나대로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방비엥 밤부다리 건너편에 살던 내 꼬마친구들. 녀석들은 내가 나타나면 저만치서 와~ 하고 달려와 하나씩 줄을 선다. 그러면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명씩, 한 명씩, 경운기 같은 농기구 위로 올렸다 내려줬다를 무한 반복해줘야 한다는(이 녀석들아, 이모 팔이 정말 정말 아팠다구!)처음 외국 여행자들의 것이 되어 버린 듯한 방비엥에 머물며 궁금해지는 거다, “ 진짜 라 오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이지? ” 방비엥에는 밤부다리가 몇 개 있다. 그 다리를 경계로 강 이 쪽과 저 쪽에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방비엥에 머문 사흘째에야 알게 되었다.

그걸 알려준 이는 바로 아름다운 라오엄마. 그녀와는 서로 할 수 있는 말이 달라서 눈빛으로만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이름조차 알 수 없었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순수한 라오인’이 여기 있어요 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녀는 매일 해질 무렵 방비엥 중심을 흐르는 송강에서 해초를 따는 일을 한다. 그녀가 일하는 사이 아이들은 강가 옆 원두막에서 자다가 놀다가 하고. 그 무렵이면 강가를 따라 많은 여행자들이 산책을 하는데,나 역시 첫날부터 손양과 이 강변산책을 즐겨 했다. 해초 따는 송강의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해초 따는 일을 다 마친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데, 하루는 그녀를 따라 그녀가 사는 마을까지 함께 가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강변이 아닌 다리를 건너 강 너머, 여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놀고 하는 정 반대의 방향의 마을에 라오현지인들이 살고 있었다. 아주 평화롭고 고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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