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산업의 근간인 부품업체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하지만 정작 부품업체들의 수익성은 급속히 악화됐다. 이대로 가면 수년 내 적자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됐다. 전자신문이 국내 주요 휴대폰부품업체 20개사의 최근 3년 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악화된 기업이 총 14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70%에 달하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지난 2006년 영업이익률 분포도가 10% 이상(6개사), 5∼10%(7개사), 0∼5%(3개사)였던 데 반해 지난해 10% 이상(4개사), 5∼10%(4개사), 0∼5%(8개사)로 바뀌었다. 이 같은 수익성 감소세는 올해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이 10%이상인 기업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5∼10%(7개사), 0∼5%(8개사)로 분석됐다. 3년 간의 추세를 볼때 올해 0∼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휴대폰부품업체들은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의 영업이익률(3분기까지 누적 기준)은 2006년 10.2%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8%와 11.7%로 늘었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3분기까지 누적 기준)도 2006년 1.7%에서 지난해와 올해 각각 7.7%와 11.8%로 높아졌다. 부품업체들의 실적 악화와 사뭇 대조된다. 부품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중국 등 해외로 생산이 급속히 이전하며, 분기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가인하 때문이다. 여기에 기술·공정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증가하는 불량률도 이유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절반 이상의 휴대폰을 나라 밖에서 생산했다. 내년에도 해외생산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에 막대한 설비투자를 한 회사들은 놀리는 공장을 보며 발만 동동 구른다. 국내 물량이 주니 인건비나 원재료상승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들 회사는 해외생산이 급물살을 탈지 예측하지 못했다.A사는 지난해 국내에 대규모 신규공장을 설립했지만, 가동률은 70%에도 못미친다. 휴대폰제조사가 사전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해외생산을 늘렸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고 회사 측은 이야기했다. A업체 임원은 “지금도 먹고살기 힘든데, 내년에 국내 생산을 더 줄인다고 하니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부품의 단가인하 압력이 과거에 비해 강도는 약해졌지만, 원재료 상승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체감온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휴대폰부품업체들의 수익성 악화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많은 휴대폰부품업체들이 새 먹거리 찾기에 골몰한다. 단말기, LED, 태양광 등의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가 하면 아예 업종전환을 꾀하는 업체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 회사가 앞으로 국내 투자를 어떻게 가져가야할 지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점이다. B업체의 임원은 “국내에서 휴대폰부품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길어야 2∼3년이라고 본다”면서 “이를 위해 투자를 계속해야 할지, 여기서 멈춰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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