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의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한 뒤 수주 업체 관계자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면 무죄일까 유죄일까.

국·시비 750억원이 투입된 부산 하수 슬러지 육상 처리시설 공사에서 시공업체와 평가위원 간에 금품이 오고 갔다. 이 시설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유기성 오니를 고형 연료화해 화력발전소 등의 보조연료로 활용하는 시설로 지난해 2월 완공됐다.

지식경제부 소속 공무원인 조모(56)씨는 2010년 5월 17일 부산시 건설기술심의위 평가위원으로 선정됐고 평가가 완료된 이후 같은 달 말 D컨소시엄 측으로부터 현금 3천만원을 받았다.

조씨는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 유죄(징역 2년 6월 벌금 3천만원), 대법원에서 무죄,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1심 재판부는 조씨에 대해 “피고인이 공무원의 지위에 있었지만 건설사 측으로부터 받은 돈은 설계평가와 관련된 것인 데 금품수수 당시 심의위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성이 없어 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3천만원을 받을 당시 기술평가위원으로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계속해 공무원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과거에 담당했던 직무집행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봐야한다”며 검찰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국가공무원이 지자체 업무 관련 위원 위촉을 받아 한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 위촉이 종료되면 해당 위원으로서 새로 보유했던 공무원 지위는 소멸된다”면서 “위촉받아 수행한 직무에 관해 나중에 금품을 수수하더라도 일반 수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고법 형사합의2부(이승련 부장판사)는 16일 “피고인은 기술심의위원으로 업무가 종료됨과 동시에 위원으로서 공무원 지위에서도 벗어났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그 이후 금품을 받았더라도 이는 공무원이 사후에 뇌물을 수수한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을 뿐 당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파기환송 이후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예비적 공소(부정처사후수뢰)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부정처사후수뢰죄는 공무원이 재직 중에 청탁을 받고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평가업체 선정과 관련해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한 증거가 없다”고 검찰의 예비적 공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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