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닝복에 검정색 모자를 눌러 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모습이 시카고의 한 체육관에서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사용한 MP3 플레이어가 최근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한 온라인 매체가 같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했던 목격자의 실명을 밝히면서 오바마가 운동을 하면서 평소 선거 운동 기간에 사용했던 애플의 아이팟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준(Zune)을 사용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의 사실 관계에 대한 논쟁이 주말 인터넷 게시판을 달궜다.

오바마에게 쏠린 관심을 지켜보면서 1년 전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쏠렸던 관심이 떠올랐다. 2007년 11월 20일 ‘대선 후보초청 IT정책 포럼’에 참석한 당시 이명박 후보는 “선물받은 MP3P를 통해 이동시간에 드라마 대조영을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사용했다는 기기가 MP3P였는지 아니면 PMP를 잘못 얘기한 것인지 의문이 증폭됐다.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그에 대한 관심이 불러일으킨 호기심이었다.

1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이 사건들은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그들이 사용하는 IT기기로 번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당면 과제 앞에서 두 사람이 IT산업을 보는 눈에는 현재 큰 격차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9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IT가 일자리를 계속 줄였다”고 말했다. IT는 일자리 축소한 나쁜 산업으로 낙인찍혔고 정부 예산 편성에서도 IT 부문은 뒷전으로 밀렸다. 반면에 오바마는 중장기 경제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IT를 삼고 있다. 7일 미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서 “초고속인터넷망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정보고속도로 쇄신’을 경제회복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전 국민을 교육·복지·의료 혜택에서 소외시키지 않는 경제 성장동력을 IT에서 찾아낸 것이다. 평소 ‘구글과 같은 기업이 1년에 하나씩은 나와야 한다’는 오바마의 지론이 이번 ‘신뉴딜정책’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묘한 대조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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