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닷새째인 20일 오전 전남 진도대교 앞 도로에서 한 여경이 청와대로 향하던 실종자 가족을 제지하다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경력 부족한 3등 항해사 사고해역 첫운전
선사, 출항 지연 시간마저 간과한 채 맡겨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닷새가 지나면서 사고원인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짙은 안개를 뚫고 무리하게 출항한 점, 급격한 변침, 3등 항해사의 협로운항 경험부족 등이 지금까지 밝혀진 원인이라면 앞으로 밝혀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출발부터 사고 직후까지 과정을 정리해본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당시 조타실을 맡았던 항해사는 경력 1년이 조금 넘은 3등 항해사였다.
 3등 항해사는 세월호를 탄 지 5개월이 안 됐으며 사고가 발생한 맹골수도 해역을 처음 운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경험이 짧은 3등 항해사가 왜 무리하게 조타키를 잡았을까?
 세월호는 기상악화로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 늦은 15일 오후 9시 출항했다. 당일 인천여객터미널에서 출발 예정된 모든 여객선이 결향됐지만 세월호만이 출항을 결정했다.
 출발 시각이 늦어진 것은 세월호 침몰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출항 시간이 지연되면서 항해사별 운항 구간이 변경됐고, 원래 협로 구간(사고지점) 근무자가 1등 항해사에서 경험이 짧은 3등 항해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3등 항해사는 애초 위험 구간인 맹골수도 해역을 한참 지나서 조타지휘를 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선사 측이 출항 지연시간을 간과하고 근무시간표를 수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월호의 직접적인 침몰 원인은 급격한 변침이다. 조타키를 갑자기 많이 돌렸다는 말이다.
 사고 해역 운항경험이 없는 3등 항해사는 전문성이 떨어졌고 수시로 바뀌는 맹골수도 해역 물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세월호가 속도를 높인 것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다. 검찰은 세월호가 사고 해역에서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수부가 밝힌 지난 11일 세월호 항적자료와 사고 당일 항적 자료를 비교해도 속도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의 무리한 객실 증원도 중요한 사고발생 원인이다.
 청해진해운은 2012년 10월 일본에서 세월호를 국내에 도입한 직후 이듬해 3월까지 전남 목포에서 객실 증설 공사를 진행했다.
 3층 56명, 4층 114명, 5층 11명 등 총 181명을 더 수용할 수 있는 객실 증설 공사였다. 객실 증설 공사로 여객 정원은 921명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여객선 상부인 3∼5층에 객실이 추가로 들어섬으로써 무게중심이 기존보다 높아져 이번 침몰 사건 당시 쉽게 기울어지고, 침몰 속도도 빨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핵심 원인은 왜 급격한 변침(방향전환)을 했느냐는 것이다.
 맹골수도 해역 물길이 수시로 바뀐다고 하지만 갑자기 배의 진행 방향을 90도 이상 틀 정도는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해수부가 밝힌 세월호 항적로를 살펴보면 사고 당일인 16일 오전 8시 49분께 3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배를 오른쪽으로 90도 정도 틀었다가 다시 왼쪽으로 90도 이상 방향을 틀었다.
 침몰 직전 배가 왼쪽으로 급히 기울자 선장과 항해사, 조타수는 밸러스트를 활용해 배의 균형을 바로잡으로고 노력했다. 밸러스트는 배 아랫부분 양쪽에 있는 거대한 물 탱크로 배의 균형을 잡는 중요한 장비다.
 선원들은 사고 당시 왼쪽 밸러스트 탱크의 물을 오른쪽으로 옮겨 배의 균형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밸러스트가 왜 제대로 작동안했는지는 경찰 조사에서 밝혀낼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가정은 ‘왜’ 무리하게 출항을 했을까다. 짙은 안개를 뚫고 무리하게 출항하지 않았다면 3등 항해사가 조타지휘를 한 채 맹골수도 해역을 지날 일도 없었다.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평균 약 1억원의 영업손실이 났으며 특히 지난해 영업손실이 7억8천5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에 시달렸다.
 세월호가 만약 이날 결항을 결정했다만 여객 운임과 화물 운임 등 수천만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다. 물론 다음날 예정된 제주출항 수익도 포기해야 했다. 더구나 이날은 339명의 단원고 단체손님이 포함됐다.
 단원고 수학여행 예산계획에는 승선료와 식대를 포함해 학생 1명당 6만50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잡혀 있다. 수학여행단만으로 2천만원 안팎의 매출이 발생한다. 적자에 시달리는 해운사가 이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해운사가 단체손님을 잡기 위해 무리한 탑승을 요구한 정황도 나온다.
 정확한 원인은 역시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일 출항을 허가한 여객터미널과 해경도 제 역할을 다했는지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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