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귀환 길 비추는 촛불…전국으로 확산



누리꾼·해외동포도 추모·생환기원 촛불문화제 동참



21일 오후 7시 부산역 광장. 부산여성회와 부산학부모연대 소속 학부모 2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 구조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기 열렸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실종자 가족의 안타까운 상황과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를 보면서 국민은 애도의 마음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6일째 단 한 명의 생명도 살리지 못하면서 그 가족과 국민은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기념촬영 논란과 의전 요구 등 무책임한 대응으로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적이 일어나기를 단원고 학부모와 함께 기원하겠다”면서 앞으로 매일 오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엿새째인 21일 온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촛불이 전국에서 타올랐다.

사망자를 추모하고 실종자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는 작은 불꽃은 누리꾼들은 물론 바다 건너 이국 땅 동포들의 손에 들린 초에도 옮아 붙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안산에서는 수많은 촛불이 침통에 빠진 도시의 밤을 밝혔다.

안산경실련, 안산YMCA 등 시민단체 20여개로 구성된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옛 무사귀환을 위한 안산시민모임)는 오후 8시 안산문화광장에서 7번째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는 안산지역 교원과 학부모가 단원고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묵념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소망하는 내용을 적어 광장에 걸었다.

전날 중앙역 인근에서 촛불기도회를 연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같은 곳에서 또 한 번 촛불을 켜고 소원지를 내걸었다.

비슷한 시각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 문화제가 이어졌다.

민주실현시민운동본부(민본)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드레스코드를 검은 옷으로 정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무사히 돌아와 줘’,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 돌아와다오’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 도화지 10여장이 바닥에 깔렸다.

‘색종이’라는 가명을 밝힌 50세 여성은 발언대에 올라 “두 아이의 엄마로서 갑작스럽게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마음으로 나왔다”며 “수련회를 갔던 제 아이가 2박 3일 만에 돌아온 것처럼 실종된 아이들이 각자 부모의 품에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전국여성연대는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실종자 무사 생환 기원 시민 촛불’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어른들 말 잘 들어 차가운 바다 속에 갇힌 아이들아! 우리가 잘못했다. 부디 살아 돌아오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이윤아(44·여)씨는 “고3 짜리 딸이 있어 아이들이 내 자식 같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면서 “한 명이라도 기적적으로 생존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의정부시 애향회와 한국자유총연맹 의정부시지회 소속 회원 100여명은 행복로광장에서 ‘기적을 바랍니다. 힘을 잃지 마세요’라고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200여m 광장을 돌며 세월호 탑승자의 무사생환을 빌었다.

남양주 도농역 앞에서도 한국영유아부모협의회 회원 30여 명이 20일에 이어 ‘세월호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문화제’를 이틀째 진행했다.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를 비롯한 신도 300명은 인천시 남구 교회 앞에서 실종자의 조속한 생환을 위한 기도제를 열었다.

울산에서는 울산여성회 등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행사가 남구 울산대공원 동문 앞, 동구 남목삼거리 등 8∼9곳에서 진행됐다.

전남 창원진보연합과 김해교육연대 소속 회원들은 창원시 정우상가와 김해 내동 중앙사거리에서 촛불을 밝혔으며, 산청진보연합 회원 30여명도 신안면 그린파크 농자재 앞에서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하게 기도했다.

천안 신세계백화점 조각공원에서는 천안시민사회단체협의회가, 공주 신관초등학교 네거리와 보령 동대동 원형로터리 잔디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행사를 개최했다.

누리꾼들도 추모 및 생환 기원 촛불문화제에 동참했다.

안산의 누리꾼 200여명은 온라인에 미리 공지한 날짜와 장소에 모여 퍼포먼스를 펼치는 ‘플래시몹’ 형식의 촛불기도회를 했다.

대구지역 인터넷 카페 모임 등은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세월호 침몰 추모 촛불 문화제를 열었으며 제주지역 누리꾼 100여명도 시민과 함께 사고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상연 기자 lsy@busaneconomy.com·일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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