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4세 유럽식 직업교육 벤치마킹
특성화고 등 일과 학습 연계유도
1~2일 학교 3~4일 직장에서 도제식

   
지난해 5월14일 벡스코에서 부산시 주최로 열린 2013 부산광역권 채용박람회에서 청년층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사진제공=부산시청)

경기회복에 힘입어 고용률이 증가하고 있지만 청년고용률은 오히려 하락세에 있어 정부가 특단에 대책을 내놨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청년고용대책은 ‘선(先) 취직-후(後) 진학’을 위해 15~24세 고졸 중심으로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의 청년일자리 대책이 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지원 강화 등 채용수요 쪽에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 대책은 독일 및 스위스식의 직업교육을 벤치마킹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실업을 예방하는 등의 중장기 대응책이다.

이번 방안은 △교육·훈련 △구직·취업 △근속·전직 등 단계별로 청년층의 조기취업을 촉진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이다.

◇“청년 고용의 핵심은 15~24세”

최근 경기회복에 힘입어 15~64세 고용률은 상승세다. 2000년 61.5%에서 올해 3월 64.6%로 껑충 뛰었다. 취업자 수도 작년 상반기 29만1000명에서 올해 1분기 72만9000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었다.

하지만 청년(15~29세) 고용률은 하락세다. 진학, 스펙쌓기 취업준비 등을 위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결과다. 실태조사를 보면 학부모의 93%가 자녀의 대학진학을 기대하고 특성화고 졸업자의 절반 이상(52%)이 취업후 대학행을 원한다. 대학진학률은 여전히 70%에 달한다.

이러한 고등교육에 대한 희망으로 청년고용률은 2000년 43.4%에서 올해 3월 39.5%로 낮아졌다.

25~29세는 2000년 66.1%에서 3월 68.9%로 높아졌지만 15~19세(10.3%→7%)가 3.3%포인트 내리고 20~24세(52%→42%)는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로 인해 최초 취업연령은 2004년 22.5세에서 2013년 23.5세로 높아져 취업시기가 지연되고 있으며 15~29세 청년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9%)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청년과 기업이 요구하는 학력·자격 격차로 인해 취업난과 구인난이 함께 발생하는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청년 고용부진은 인적자본 축적의 기회를 상실케 함으로써 국민경제와 개인적인 잠재력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대책 ’스위스식 도제‘와 ’미스매치 해소‘에 방점

정부는 청년 취업 관련 통계와 실태조사를 토대로 15~24세 청년 일자리의 단계별 약한 고리를 발굴한 뒤 수요자의 희망을 반영해 제도개선을 꾀했다.

그리고 재정을 기반으로 한 청년 고용 사업의 심층평가를 통해 예산·세제 지원프로그램을 재조정해 대책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타깃이 15~24세이므로 이번 대책은 ’선 진학-후 취직‘의 대졸자 중심이 아닌 고졸단계에 초점을 맞춰 단계별로 다양하게 짜여졌다.

1~2일은 학교에서, 3~4일은 직장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도제식 스위스 직업교육을 벤치마킹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특성화고와 폴리텍대 부설학교, 기업대학, 공동훈련센터 등을 통해 일과 학습을 매칭토록 하고 참여기업에 세제혜택을 부여키로 했다.

교육시스템을 현장 중심으로 바꿔 채용과 연계한 기업맞춤형 반을 산업단지 인근 학교 1000곳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일과 학습을 병행함으로써 교육과 취업간 연계를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산시 주최로 지난해 5월14일 벡스코 열린 2013 부산광역권 채용박람회에서 한 참가자가 기업 관계자로부터 상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시청)

학교에서의 교육이 직장을 구하고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안되는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정부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일반고에 대한 직업교육 기회를 늘리고 특성화고 전입학 규모를 확대한 것 역시 대학진학의 눈높이를 ’일자리‘로 끌어당기기 위한 전략이다.

대신, 대학에 대한 꿈을 이룰 수 있게 사내대학 설립요건을 완화하고 기업대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이들이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금 상향조정 및 대상 확대라는 당근을 제공하고 군 입대나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일자리 끊김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시됐다.

선호 일자리와 실제 일자리간 미스매치는 규제개혁과 청년 고용 우수기업 우대, 창업지원, 채용형 인턴제 확대, 해외진출 활성화로 해답을 찾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청년층의 선호-실제 일자리간 차이가 전문직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진입규제를 완화하면 고학력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21만~23만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서 대졸 실업자에 대한 배려는 많지 않았다. 특화 직업훈련과정 확대, 창업활성화 정도만 눈에 띈다.

정은보 차관보는 “대졸자의 취업문제는 고용정책으로 풀 수 밖에 없다”며 “경기활성화 노력과 유망 서비스산업 규제개혁 등을 통해 보완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책 내용에는 공감…실효성은 ‘글쎄’”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대책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눈높이에 정책을 많이 맞춘 것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센터장은 “정부가 나름대로 단계별로 접근해서 상당히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적지않았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것은 중소·중견기업의 불안한 고용 안정성과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라며 “청년이 원하는 수준으로 정부지원을 늘리고 기업 투자 유도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시간선택제 일자리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동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책이 단기처방에 맞춘 감이 없지 않다”며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이유가 낮은 잠재성장률에 있는 만큼 경제활성화와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

김세종 선임연구위원은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점검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며 “이번 대책이 청년 구직자에게 도움을 주려면 역대 정권과 달리 부처간 협업을 통한 쉼없는 개선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도 있다.

중졸이하 저학력층과 고학력 실업자에 대한 배려가 적고 세제나 재정지원이 중소·중견기업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한 민간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책이 전반적으로 특정 계층, 연령대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며 “청년실업을 사회전체의 문제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기자 samic8513@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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