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을 위로하는 판소리꾼 이자람

   

이자람의 '억척가' 공연에서 세명의 악사가 동·서양의 악기를 두루 연주하여 담백하면서 극을 효과적으로 끌고가는 역할을 했다.

'억척가' 성황리에 마쳐

본사 창간기념 공연으로 지난 18, 19 양일간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창작판소리 ‘억척가’는 극찬 속에 막을 내렸다. 이자람의 소리는 높은 예술적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세월호 침몰 참사’로 슬픈 오늘을 견디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의 한 판을 선사했다.

이 공연(이 극?)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을 원작으로, 전쟁터에서 악착같이 살아남는 억척네의 인생을 따라간다. 유교정신을 받드는 순종적 여성 ‘순종’에서 세 자식과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안나’로 그리고 자식을 잃은 뒤 세파를 견디며 살아가는 ‘억척네’로 차례로 바뀌는 이름은 그의 고달픈 인생 여정을 상징한다. 공연 말미에서 이자람은 “여전히 전쟁터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참 슬프지만 공연을 하는 나도 여러분도 억척스럽게 살아가기”를 희망했다.

두 시간 반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열여덟 명의 등장인물을 각기 다른 소리와 연기로 창조해 낸 이자람은 공연 도중 수 차례 객석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았다. 북과 장고, 드럼, 베이스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 세 명의 연주자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공연을 색다른 감각으로 뒷받침했다. 대극장용으로 바꾼 이번 공연은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조로운 조명은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