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도 전쟁”…아쉬움 남긴 군 초기대응

레펠 타는 특수요원 활약 기대했건만…“유도줄 없으면 선내 못 들어가”

해경 지원에 치우쳐 성과 미미…군 재난대응 체계 정비 필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군(軍)은 사고 해역에서 뭘 했을까.

302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의 초기대응에 대한 안타까움이 군의 재난 대응체계에도 미치고 있다.

구조활동을 주도한 해경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대규모 구조작전에 나선 군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8시 58분 목포해경에 사고발생 신고가 접수된 뒤 군의 첫 조치는 11분 후인 9시 9분 해군 3함대의 유도탄 고속함(한문식함)을 출항시킨 것이었다.

한문식함은 오전 10시 10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한 군은 링스헬기·다목적 헬기·정찰기 등 항공기 5대, 구축함·호위함·상륙함·고속정 등 함정 23척도 차례로 투입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사이 오전 10시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해군과 해경의 인력과 장비, 동원 가능한 인근의 모든 구조선박 등을 최대한 활용해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 여객선 객실과 엔진실까지도 철저히 확인해서 단 한명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해양수산부와 국방부는 재난대책본부를 긴급히 구성했으며 해난구조대, 해군 특전단 요원 40여명도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다.

해경도 동원할 수 있는 헬기와 경비정을 모두 투입해 민간 어선들과 구조에 나섰다.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이 탄 여객선이 기울고 있는 사실에 놀란 국민은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진 군·경의 합동작전에 눈과 귀를 모았다. 군이 총력체제로 대응하면서 설마하는 우려 속에서도 승객들이 대부분 구조된 것 아니냐는 안도의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설마했던 우려는 최악의 참사로 다가왔다.

구조된 승선자는 179명. 해양경찰청 대외비 자료에 따르면 해경 함정에 의해 79명이 구조됐고 관공선 54명, 헬기 31명, 어선 등 15명이었다. 군의 기여도를 가늠하게 하는 집계다.

특수부대 요원들이 레펠을 타고 내려가 여객선에 갇힌 승객들을 구조해 올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승객 전원 구조’ 소식을 바랐던 국민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해상사고 대응은 해경에 의해 주도되겠지만 해군 등 군의 구조체계와 역할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민 박모씨(부산시 동구 수정동)는 “실종자 대부분이 배에 갇힌 결과를 놓고 보면 배에서 뛰어내린 승객, 갇힌 승객 등 다양한 구조 상황에 따른 유연하고 체계적인 구조가 없었던 것 아니냐”며 “군은 ‘재난도 전쟁’이라는 인식으로 재난 대응태세를 평소 확립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자치단체의 재난 관련 업무 관계자는 “유감스럽지만 6천t급 여객선 침몰에 대한 대응 수준이 드러난 것”이라며 “상황을 더 냉정하게 판단해 선실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서둘렀으면 몇명이라도 더 구조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는 헬기로 레펠을 내려 한두명씩 구조하는 것보다는 승객들을 뛰어내리도록 유도해 인근의 보트나 소형어선으로 구조하는 것이 효율적인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해상 상황에서도 큰 군함은 가까이 가면 사고 선박 등과 충돌 위험이 있어 작전 구역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후방을 지원하고 주도적 역할은 해경이 한다”며 “침몰된 후 해난구조대를 수중에 투입하려했지만 사고 초기에는 가이드라인(유도줄)이 설치되지 않아 잠수사 100명이 있다해도 수중 수색에 나서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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