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증권가 야경.
여의도 증권가는 정부가 파생금융상품에 과세하는 방식을 양도소득세로 가닥을 잡아가자 시장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시장 위축 감안해 점진적 도입 필요”

파생금융상품에 과세하는 방식이 양도소득세 부과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에 금융투자업계는 시장 위축을 우려하면서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개혁소위원회는 22일 회의를 열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정부는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을 추진해왔으나, 거래세를 부과하면 파생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해 양도세로 과세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우선 불황에 가뜩이나 쪼그라든 파생상품 시장이 양도세 부과로 더욱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 파생상품지원실 관계자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면서 시장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는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도 “과거 펀드의 경우 주식 매도 시 거래세를 부과한 후 주식 프로그램 매매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주식·선물 거래량이 모두 감소했는데 그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양도차익에 과세하더라도 시장 침체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점진적인 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생상품 거래세가 아닌 양도소득세로 가닥이 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 등 시장에 미칠 영향은 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가 그나마 작을 것”이라며 “과세가 선물, 옵션 직접 매매에만 제한될 것인지 관련 상품 등도 포함하게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협 관계자도 “업계 특성상 어떠한 과세에도 거부 반응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나마 거래세보다 양도소득세 도입이 낫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거래세가 도입되면 연간 세수효과는 744억원에 달하지만 양도소득세 적용에 따른 세수효과는 163억원이라고 추산된다.

추후 논의 과정에서 시장 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 본부장은 “헤지(위험 분산) 효율성 등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과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헤지 거래에 대해서는 미국처럼 선물에서 이익을 보더라도 현물에서 나는 손실을 고려한 과세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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