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일록
 
 부산노리단 사업팀장

 지난 3년간 재미난 실험(?)에 참여했었다. 약 10명 정도의 청년 예술가들이 모여서 회사를 만들고 공연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4대 보험에 들고 작지만 월급도 나누어 가졌다.
 사실 그것은 엄연한 사업이었고 생존의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실험이라는 단어로 그 과정을 표현한 것은 그만큼 직면했던 상황이 어렵고 절박했음을 에둘러 나타낸 것임을 이해해 주기 바라는 마음에서다.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 거기에 더하여 청년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후배 춤꾼 한 명은 자신이 하고 싶은 춤을 계속해서 추기 위해서 요리사로, 때로는 잡다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역할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가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로 인해서 주어지는 보상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은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보다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들고, 안타깝게 대부분의 경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만다.
 최근에 독일 베를린으로 전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이유가 무얼까 궁금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았더니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가 결부가 되어 있었다.
 기본적으로 베를린은 등록금과 방값이 아주 저렴하다고 한다. 예술대학 등록금인 경우에 우리 돈으로 30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니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예술을 공부하는 유학생들에게 적극적인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독일 정부의 정책이 전 세계의 젊은 예술가들을 예술의 변방이었던 이 도시로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도시에서 이슈가 되는 창조도시라는 것은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상호모순적인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도시의 발전을 기획하고 외관상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하여 예술가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그들의 자유로운 발상에 의해 도시에 미적인 감각이 하나씩 깨어나고 생활 속에서 예술이 일상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창조도시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모일 수 있는 도시의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야 하고 더군다나 젊은 예술가들이 일하고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것은 향후 도시의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조건으로 더욱 더 그 중요성을 더해 갈 것이다. 도시의 경쟁력이라는 것은 공장과 빌딩만 세워진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에서 실험이라는 표현을 썼다. 실험실에서 진행하는 실험은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그것이 실험의 본연적인 목적이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면 되는 것이 실험실에서의 실험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서의 실험은 실패하게 될 경우 만만치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청년 예술가들이 살아가는 현장이 실험 형태가 아닌 사회의 존중과 지지를 받는 모습이 될 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예술로써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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