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나 민간 연구기관이 내놓은 기축년 경제 기상도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지만 새해를 맞는 IT업계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게 마련이듯 2009년에도 황금알을 낳는 신시장과 신기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전자신문은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업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새해 경제·산업·기술 분야에서 떠오를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를 선정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올해 최대 관심사는 단연 ‘글로벌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될지’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금융위기발 실물경기 침체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도 이런 흐름은 연초부터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전망치에서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0.9%로 보았으며 IMF는 11월 2.2%로 예상했다. 주요 선진국을 보면 미국은 -0.9∼-0.5%, 일본은 -0.2∼-0.1%, EU지역은 -0.6∼-0.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과 자원보유국들이다. 새해 세계 경제가 극도의 침체를 면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이들 국가가 자칫 경착륙 시 올해 세계 경기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성장률은 지난해 9.4%에서 새해 7.5% 선으로 예측된다. 한스 팀머 세계은행 국장은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개도국의 탄탄한 성장세에 의해 견인돼오던 세계경제가 금융위기로 인해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옮아가는 형국”이라며 “신용경색이 개도국의 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개도국의 경기둔화가 매우 뚜렷해지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솔솔 나온다. 지난해부터 각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등 공조에 나섰고, 그 여파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르면 하반기 회복 신호가 본격화할 것이며, 특히 미국 경기가 반등에 성공하게 되면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는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타격이다. 수출 부진과 함께 내수 침체, 자산 가격하락 등으로 본격적인 경기침체 국면 진입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경제전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수출증가세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민간소비와 고정투자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공조 및 국내 경기부양 노력의 영향으로 2009년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탄소·녹색성장 추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후 60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올해는 이 비전을 실현하는 원년이 된다. 정부는 의욕적이다. 지난 9월 지식경제부는 ‘그린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통해 LED·전력IT·태양광·풍력 등 9대 분야를 정하고 올해 본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낸다. 국토해양부도 산하 한국해양수산기술진흥원을 통해 ‘해양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끝나는 2월, ‘바이오에너지 개발 마스터플랜’이 나온다. 산업화 적지탐색과 민간기업 활성화 방안 등 향후 10년간 기술개발사업의 중장기 추진전략이 담긴다. 국토부는 ‘녹색물류 인증제’를 도입한다. 물류기업이 공동 배송망 활용 및 대량 수송수단으로 전환하고 장비·설비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화를 추구하는 실천계획을 제시하면 이를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IPTV·와이브로 등 신성장동력 산업을 발굴하고 IT정책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위한 ‘중장기 그린IT 전략’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 밖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에너지·환경 및 미래유망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문화전략’ 발표를 통해 기후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능성 게임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새해 정부 각 부처는 녹색성장 예산을 대폭 늘렸다. 지경부가 1조7049억원으로 편성했으며, 여기에 국토해양부·교육과학기술부·환경부 등 9개 부처의 녹색성장 관련 예산을 합하면 총 3조7916억원으로 확대된다. 녹색기술 분야에 1조3096억원, 신재생 에너지 보급 및 확산에 1조3820억원, 친환경산업 분야에 1408억원, 기후변화 대응기반 구축에 1조619억원이 지원된다. ◇국제금융질서 재편 올해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유럽통합(EU) 그리고 중국·인도 등 이머징마켓 급부상과 함께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이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 계기다. 이 여파로 선진국이 장악해온 국제 금융권력에 일대 변화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국가가 대거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G7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만큼 신흥국가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 회의 직후 한승수 국무총리는 “앞으로 국제금융질서 재편을 앞두고 한국의 중요하고 주도적인 역할이 예상된다”고 말한 것이 단적인 예다. 기축통화로서 확고한 위치를 다졌던 ‘미국 달러화’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리는 것도 일맥상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달러화는 2002년부터 유로화의 도전을 받아왔으며 최근에는 중국 위안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등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세계 1·3위의 외환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위안화와 루블화를 무역대금 결제 수단으로 상용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가치가 흔들린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독무대였던 국제금융기구도 서서히 재편될 움직임이 보인다. 선진국은 출연금 비율이 얼마 되지 않지만 출범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선진국은 신흥시장국가의 협조가 필요하게 됐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들 신흥시장의 목소리가 커지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침체 따른 반시장주의 확산 글로벌 경제 동반침체로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무역장벽을 높이는 반시장적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가속화하면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에는 더욱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반시장주의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미국의 174억달러에 이르는 자동차산업 긴급구제 방안은 사실상 정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프랑스 등 주요 나라에서 보호무역적 조치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 11월 세계 정상들이 미국 워싱턴에 모여 최단 12개월간 보호무역 조치를 새로 만들지 않고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내놓았다는 점. 이 같은 선언 발표 후 불과 몇 주 만에 보호무역 움직임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선도발언에서 “우리는 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기화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병희 KOTR 통상조사처장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계 도처에서 수입 장벽을 높이고 있어 새해 우리나라의 수출 애로사항이 증가할 수 있다”며 “외국 수입규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조기에 적극 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함께 각국 정부는 자국 산업 붕괴를 막기 위한 지원도 활발히 전개한다. 미국 등 이미 각국 정부가 경제 회생을 위해 앞다퉈 지원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며, 이미 가동에 들어갔거나 본격적인 지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새해 경기 진흥을 위한 예산을 대폭 늘렸으며 특히 상반기를 ‘고비’로 보고 대대적 지원에 나설 채비다. 이 같은 각국의 움직임은 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다가올 글로벌 경기회복기에 자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후퇴기 산업 판도가 크게 변화하는 것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인터넷전화 대중화 김종천 상무 LG데이콤 사업전략담당 겸 myLG070사업부장 지난해 유무선 통신 시장을 통틀어 가장 주목받은 서비스 중 하나는 인터넷전화였다. 선도사업자인 LG데이콤이 120만여 가입자, 점유율 60%를 확보하며 1등 사업자로 확고히 자리 매김한 데 이어, 기존 집전화 시장의 1, 2위 사업자도 가입자 이탈 방지를 위해 인터넷전화 시장에 하나 둘 뛰어들면서 시장 성장에 일조했다. 2008년이 인터넷전화 시장 성장의 토대를 다진 한 해였다면 2009년은 서비스 활성화의 원년이 될 것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말 시행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는 서비스 활성화의 촉매가 될 것이다. 070으로 시작하는 번호와 기존 집전화번호 중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번호 변경의 장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는 이제 기존 집전화와 대등한 MOS 4.0의 통화 품질과 번호이동제 시행에 힘입어 시내 전화의 완전한 대체재로 자리 잡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전화는 기존 집전화에서는 구현 불가능한 무선콘텐츠서비스, 영상통화 등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집전화의 개념을 바꿔놓을 것이다. 향후 와이파이(WiFi)와 셀룰러 통신기술이 결합한 유무선통합서비스(FMC)가 본격적으로 출시돼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인터넷전화와 이동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통신비 절감효과는 물론이고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이 극대화될 것이다.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으로 인터넷전화가 기존 집전화를 완전히 대체할 그날을 고대한다. ◇디지털방송 전환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 디지털TV 서비스를 디지털 수상기로 즐기는 시청자는 많지 않다. 위성방송 가입가구 210만과 디지털케이블TV 가입가구 180만이 디지털TV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는 가구다. 2009년에 방송 플랫폼 간의 경쟁이 본격화돼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사업자 간에 가입자 확보 노력이 치열할 것이다.

디지털TV 서비스의 보급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디지털매체의 최대 경쟁자는 아날로그 케이블TV 서비스다. 케이블TV 사업자도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 가입자로 전환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 속도는 빠르지 않다. IPTV 사업자의 최대 경쟁자도 디지털 케이블TV가 아니라 아날로그 케이블TV다. 1300만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는 평균 월 6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채널이 대부분 포함된 50여개 채널을 시청하고 있다.

케이블TV 방송사는 많은 채널로 디지털 서비스로 유인하고 있고 IPTV 사업자는 결합서비스로 인한 가격 혜택과 풍부한 VoD 라이브러리로 홍보하고 있으며 위성방송사업자는 HD 채널을 증설하면서 고화질로 유인하고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는 오랫동안 저가에 익숙해져 있고 돈을 더 주고도 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디지털 서비스로 쉽게 전환하지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들을 디지털 매체로 유인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2009년에는 경기 침체로 광고 규모가 줄어들고 시청자가 주머니를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형 콘텐츠를 기획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틈새 콘텐츠를 찾아서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해야만 매체 간의 경쟁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 IPTV 상용화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팀장 wgha@etri.re.kr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인간이 간밤에 꾼 달콤한 꿈이나 끝없이 펼쳐지는 뇌의 생각을 영상화할 수 있는 날이 올지 모른다. 미국의 학술지 ‘뉴런’ 11월호는 일본의 국제전기통신기초기술연구소(ATR) 연구진이 뇌의 활동을 관찰해 사람이 보고 있는 문자나 도형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물론 기초연구단계여서 속단은 이르지만, 뇌의 활동정보를 컴퓨터로 해독시켜 그것을 영상화하는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생각만으로 로봇이나 가전 등을 조작할 수 있게 된다. 굳이 장황하게 뇌의 생각과 컴퓨터의 영상재현 기술을 들고 나온 것은, 꿈만큼 달콤하고 슬프며 아슬아슬하고 무서운 서사적 콘텐츠는 없을 것이고, 이런 기술을 장악한 인터넷(IP)TV 사업자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뒤를 잇는 세계 미디어 제왕으로 군림할 것이기 때문이다.

IPTV는 이처럼 대담한 미래의 기술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미디어 진화의 궁극의 모습이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네트워킹 인프라 측면에서는 유선기반 광대역 고품질 네트워킹 환경(1.0시대) 유무선 통합 유비쿼터스(u)-인프라 환경(2.0), 입체영상을 제공하는 UD(Ultra Definition)급 실감 미디어 네트워킹 환경(3.0)을 향한 출발이 새해 시작된다.

사업자 관점이라면, 통신사업자 중심의 닫힌 플랫폼(1.0)에서 통신사업자, 방송사업자, ISP, CP 등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는 개방적 플랫폼(2.0)으로 그리고 모든 이용자가 자유자재로 콘텐츠를 제작해 발신하는 전 국민 방송 플랫폼(3.0)으로 하면 어떨까. 단말 측면에서는 고해상도 TV·STB·PC 등 고정단말에서 휴대폰·컴퓨터·PDA 같은 고정과 이동연계 단말과 전자 페이퍼 디스플레이 등으로 나아간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담대한 안목으로 IPTV 전략을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진정한 블루 오션(only one)을 지향할 때, 세계는 ‘원더풀 IPTV 코리아 시대의 도러라고 평가할 것이다. 유무선 인터넷을 신출귀몰하게 다루는 청소년들이 매체의 주체가 되는 차세대 IPTV 환경에서 세계적 사업자를 꿈꾸자

저작권자 © NBN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