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비롯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 대한민국 주력산업이 그린오션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들 산업계는 수십년간 축적해온 해당 분야의 세계 최정상급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풍력·태양광·연료전지 등을 신성장사업화한다는 전략이다.

30년 전통의 조선기자재 업체인 태웅(회장 허용도)은 이른바 ‘G전이(그린 트랜스포메이션:녹색산업으로의 대전환)’로 조선산업의 세계적 불황을 이겨내고 있다.

최근 세계 1위의 풍력발전사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220억원 규모의 메인샤프트 납품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제로 지난해 태웅 매출액(5280억원)의 54%가 풍력 부품 생산에서 나왔다. NHN이 떠난 코스닥 시장에서 태웅은 SK브로드밴드와 시가총액 1·2위를 다투는 대장주로 꼽힌다. 허용도 태웅 회장은 “다들 올해 경제가 최악일 것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기존 조선 분야 프로펠러 기술을 풍력발전기의 블레이드 제작에 접목, 전문 계열사를 통해 생산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참여 여부를 최종 고심 중이다. 성광벤드와 유니슨·평산 등 주요 조선기자재 업체는 이미 사업의 무게 중심을 풍력 분야로 상당 부분 옮겨 놓은 상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는 태양광 분야로 눈을 돌렸다. 13년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부품을 만들어온 주성엔지니어링은 새해 매출의 68%를 태양전지 분야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7년 처음 출시한 태양전지가 2년 만에 이 업체의 주력 아이템이 된 셈이다.

10년 전통의 전자업체인 성도이엔지는 기존 클린룸사업을 IT산업 중심에서 태양광사업 위주로 바꿨다. 국내외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침체 악화에 따른 조치다.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세미콘코리아도 올해부터는 태양광 전문 전시회인 ‘솔라콘코리아’와 병행 개최된다. 반도체만으로는 정상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최문기 ETRI 원장은 “실리콘과 웨이퍼·잉곳 등 태양광 분야의 주요 공정과 재료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제조와 상당 부분 중첩된다”며 “이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을 보유한 우리 업체가 비교적 쉽게 업종 변화를 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가 연료전지 공장을 건설, 새해 본격 상용 생산을 시작한다. 현대·기아차도 올해 하이브리드차의 양산 체제를 가동한다.

성윤모 지경부 산업경제정책과장은 “녹색산업은 신생 전문업체가 어느 한순간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주력산업군이 그동안의 업력에 근간해 자연스럽게 그린오션으로 심화·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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