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객선 세월호 침몰 9일째인 2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의 광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자의 넋을 달래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촛불을 태우고 있다.

세월호 최대 화물적재량, 단속 당국은 몰라
해경·운항관리실, 세월호 최대 적재량 모른 채 단속 활동
해수부는 “규정상 운항관리실에 통지됐을 것” 답변만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화물 과적이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과적 여부를 단속해야 할 당국은 세월호의 최대 적재 화물량이 얼마인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세월호는 국내 취항 전 선실을 증축하면서 복원성이 약화되자 선박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화물을 당초 설계보다 적게 실어 운항하라며 검사를 통과시켰다.

구조변경 뒤 무게중심이 51㎝ 높아졌으므로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平衡水·밸러스트)는 더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선급은 구체적으로 ‘화물량은 구조변경 전 2천437t에서 987t으로 1천450t을 줄이고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5t 축소해야 하며, 평형수는 1천23t에서 2천30t으로 1천7t을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세월호의 출항 전 과적·과승을 단속하는 한국해운조합의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에는 이 같은 정보가 통지되지 않았다.

해경청 관계자는 “인천지부 운항관리실에 확인한 결과 지난해 3월 세월호가 인천∼제주 항로에 취역한 이후 세월호의 최대 적재 화물량에 대한 자료는 일절 받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운항관리자는 세월호에 실을 수 있는 최대 화물량이 얼마인지 전혀 모른 채 만재흘수선(선박이 충분한 부력을 갖고 안전하게 항행하기 위해 물에 잠겨야 할 적정 수위를 선박 측면에 표시한 선)이 물에 잠기는지를 보고 과적을 단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재흘수선이 물 속에 잠기면 과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과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는 화물을 최대 적재 화물량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많이 실으면서 선박의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실어야 하는 평형수는 적게 실어 전체적인 선박의 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는 식으로 과적 운행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화물 과적을 통해 화물 운송 수수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선급이 선박의 개조로 배의 복원성이 약해졌다며 화물 적재량과 승객을 줄이라고 요구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조치다.

이 경우 선박의 복원성이 떨어지면 배가 좌우로 기울었단 평형을 되찾는 능력이 저하된다. 요컨대 쉽게 배가 기울거나 전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해수부는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을 공개했다. 이 운항관리규정에는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최대 화물 적재량 등의 정보가 담긴) 복원성자료를 본선에 비치해야 하며 그 사본을 운항관리실에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규정에 따라 청해진해운이 인천 운항관리실에 복원성자료를 제출했고 단속의 근거로 활용됐을 것이란 의미였다.

그러면서 “실제 선박의 안전운항 관리는 해경이 담당하니 더 자세한 내용은 그쪽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해경에 따르면 인천 운항관리실은 이런 자료를 받은 일이 없다.

해경청 관계자는 “세월호 취항 이후 해수부로부터 세월호와 관련해 받은 공문은 단 2건”이라며 “여기에는 세월호의 자체 무게와 화물 적재량 등을 합친 총 톤수가 6천825t이고 항해속력은 21노트, 여객 정원은 921명, 차량 적재량은 220대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해수부는 세월호가 인천∼제주 항로에 취항한다는 사실도 해경에 통지한 일이 없다. 해경청이 세월호와 관련해 해수부로부터 처음 받은 문서는 작년 3월 15일에 온 것인데 이마저도 운항하는 요일을 변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관계자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해경도 해수부에 세월호의 최대 적재 화물량이 얼마인지 확인해보는 등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선박의 운항안전을 책임져야 할 당국들이 모두 제 역할을 못한 채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사이에 청해진해운은 화물 과적으로 돈을 벌었고 그 사이 세월호 승객의 안전은 크게 위협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본 뒤 문제가 있다면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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