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환율 기업 '비명' 원화강세

   

▲ 달러 약세에도 저점 결제수요와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 속에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전날보다 달러당 1.2원 내린 1,04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

원·달러 환율이 10일 장중 1,030원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화 강세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월 주요 거시 경제 지표가 주춤한 상황에서 환율 악재가 터져 나오자 당국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외환당국은 직간접적인 시장개입으로 환율 급락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달러 약세의 큰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누를 것으로 보인다.‘
◇ 원·달러 환율 이틀새 1,030원대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40.2원에 마감했다.
 밤사이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의사록이 QE 조기종료 전망을 다소 누그러뜨리면서 달러 약세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원·달러 환율을 장중 1.0351.5원까지 끌어내렸다.
 환율은 박스권으로 인식되던 1,050원 선을 하향 돌파한 지 하루 만에 1,040원을 뚫고 내려가 1,030선마저 위협하는 기세였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지표 부진,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환율 1,040원선을 가까스로 지켰다.
 외환 당국은 최근 며칠 간의 원화 강세 속도에 대해 강한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져서 쏠림현상 생기면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 못 할 수 있다”면서 쏠림현상이 발생할 때는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가파른 원화 강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외환시장 개장 직후 최희남 국제금융정책국장 명의의 메시지를 통해 “어떠한 방향으로든 단기간에 시장 쏠림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에는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 “원화 단기적 강세 불가피”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및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따른 원화 강세 기조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많다.
 FOMC의 3월 의사록을 보면 한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은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예상이 빨라 연준이 QE를 조기 축소하는 쪽으로 오해가 생길까 우려했다.
 특히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과 연계할 실업률 목표치(6.5%)를 폐지하기로 한 점도 경기부양책과 초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된다는 쪽으로 해석됐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최근 원화 강세는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배경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1,050원선이 지켜지다가 뚫리면서 대기 매물이 한꺼번에 나와 단기적으로 시장이 하락에 탄력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00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1,010원이나 1,030원선에서 컨센서스가 이뤄진 가운데 1,050원 이상을 예측하는 시각은 매우 드물다.
 다만, 연말을 기준으로 보면 시선이 엇갈린다. 원·달러 환율이 1,05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선 1,100원선을 언급하는 곳도 있다.
 이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좀 더 심화된 단계로 들어서면 결국 원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 산업계 긴장…“큰 악재 아니다” 분석도
 산업계에선 최근 두드러지는 원화 강세를 우려 섞인 시작으로 보고 있다.
 지속되는 세계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경영 여건이 나빠진 상황에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은 기업들의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등의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안한 환율은 지난해도 수익성 악화를 가져오고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키워 주요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주된 악재로 지목됐다.
 원화 강세가 한국 증시에 큰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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