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천(吐天) 장종원의 동양학 산책

   

 토천 장종원 선생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과거라고 말한다. 지금은 물론이요 앞으로 다가올 시간도 모두 시간의 연속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의 기반은 지나간 시간 속에 있다. 그러니까 과거에 발판을 두지 않고는 미래로 향할 수 없다. 켜켜이 쌓인 시간 속에서 그 세월의 두께를 뚫고 지금 까지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을 우리는 ‘전통’이라 부르고 있다.
 전통사상이라 함은 전통의 의미를 가진 사상이다. 지속성을 가지면서도 현실성을 잃지 않는 사상을 말한다. 그래서 현대가 가지는 근본 문제와 역사적 당면 과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전통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상사를 볼 때 연속성(역사성)과 더불어 현실성을 가진 사상은 유·불·도와 구별되는 고유사상도 있다. 여기서 살필 것은 전통사상 가운데 고유사상이다.
 고유사상은 한국적 특수성을 지니며, 우리 자신을 주체로 한 사상이고, 유·불·도 3교의 전래 이전에 형성된 우리 민족만의 세계관, 자연관을 말한다. 유교가 동양의 보편적 사상이지만 그것이 한국이라는 역사적, 사회적 상황에서는 역시 한국화의 유교가 된다. 
 그런데 유교가 한국화, 곧 한국의 유교가 되는 밑바탕에는 고유하면서도 민족 구성원이 공유한 사고와 심리구조가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고유사상을 탐색하는 의의가 있다. 만약 고유의 사상성을 외면했거나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외래 사상이 밀려 왔다면 ‘우리’는 일찌감치 ‘우리’일 수 없었을 것이다.
 또 고유사상의 탐색은 고유성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현실적 문제와 미래에 대한 구상까지 펼쳐진다. 전통을 애기한다고 할 때, 특히 사상을 말할 때는 항상 생명력 있는, 그래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사상이여야 한다.
전통은 ‘현재 속에 들어있는 과거’이다. 따라서 고대사상의 원형과 특성에 대하여 정리함은 정형화된 이론일 수 없다. 왜냐하면 ‘가정적 종합’ 혹은 ‘현재성과 이상성’이 ‘복합’된 것이 우리의 고유사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본바탕은 인(仁) 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 춘추전국 이래로 중국인들은 우리 민족을 동이(東夷)라 하여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과 함께 야만시한 때가 있지만 3천 년 전 중국 청동기명문에 보면 ‘동인(東人)’이라 하였고 동이라 하지는 않았다. 또 갑골문에는 인(人)으로서 동방족을 표시하였다. 인은 인방족(人方族)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이며 인방족은 예의와 교양이 있는 부족이었다. 중국의 사전류에 보면 인(人)과 인(仁), 이(夷)는 동일어이며 동부족에서 유래한다고 되어 있다.
 인이 내면적 덕성을 표현하는 것이라면 인이 불순함 없이 표출되는 것을 의(義)라 할 수 있다. 의는 인간 사회와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대 국가 풍습에는 부끄러움을 중히 여기는 전통, 곧 의에 대한 구체적 실천과 이(利)를 멀리하는 전통이 있어 왔다.   우리민족은 먼 옛날부터 신(神)에게 깊이 의존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과 의가 다분히 이성적 생활을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면 감정적 측면, 즉 종교적 심성에서는 제의(祭儀)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거국적 단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를 통하여 사회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게 하였다.
 이러한 고유사상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후손에게 물려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자랑스러운 문화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토천 장종원은 동양명리학자이자 경영학 박사로서 토천 행복연구원장으로 활동.

▲ 전 동의대학교 강사

▲ 원광디지털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부경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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