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문화부 차장

올해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는 ‘세상 속에 거주하기’. 하지만 부산비엔날레가 부산 속에는 ‘거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역 미술계가 지난 24일 올 부산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역미술인이 반대하는 지역 최대 미술축제라는 안타까운 상황은 진작부터 예견되었다.

올리비에 케플랑(프랑스) 비엔날레 전시감독은 지난달 28일 부산을 찾아 미술작가 작업실을 방문하고 기자설명회를 갖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 날 감독의 방문 소식에 ‘오픈스페이스 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홍티 아트센터’ 입주 작가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워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홍티 한 곳만을 찾은 감독은 소수의 작가를 만나는데 그쳤다.

같은 날 열린 비엔날레 조직위 기자설명회에서도 비엔날f레와 미술계 간의 입장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조직위 관계자는 “부산문화연대 대표들과 만나서 대표들이 조직위의 입장을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대 대표는 “만남은 가졌으나 조직위의 입장을 받아들인 적은 없다”며 함께 나눈 대화에 대해서도 제각각 해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사태는 조직위가 지난해 전시감독 선정 심사에서 1위한 큐레이터를 제치고 무리하게 2위의 케플랑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엔날레 내부감사에서도 운영위원장의 직권남용과 선정 과정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비민주적 문화행정에 대한 미술계의 반발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2014 부산비엔날레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고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규모 축제는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 비엔날레의 전신인 ‘부산청년비엔날레’는 1981년 지역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뜻과 지원금을 모아 만든 행사다. 2002년 ‘부산비엔날레’로 변경되어 시 산하 조직위원회가 주최한다. 이후로 외향적으로 크고 화려한 행사를 만들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평을 받았다.

잘못을 알고서도 문제 해결 없이 우선 당면한 행사를 치루는 것만이 능사인가?

시작을 잘못 꿴 단추는 결국 옷자락 끝이 틀어지기 마련이다.

조직개편과 정관 변경, 시스템 정비에 감독 책임이 있는 부산시와 조직위, 미술계가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제 비민주적, 불통의 문화행정을 접고 전신인 ‘부산청년비엔날레’의 정신을 이어가며 시민과 미술인 모두의 잔치가 되는 부산비엔날레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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