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태열 고려대 교수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단연코 돋보이는 성장을 한 나라는 영국이다. 미디어, 디자인, 콘텐츠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창조산업은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영국은 만성적 실업과 적자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혼란 속에 허덕거렸다.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경제는 물론이고 세계의 패권을 쥐락펴락하여 ‘해지지 않는 나라’였건만, 20세기 후반에는 세계의 경제 주도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어 미국은 물론이고 경제대국이 된 독일, 일본에도 밀렸다.

몰락의 길을 걷던 영국의 경제를 살려내고 다시 번영을 가져온 것은 노동당을 이끌었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육성한 창조산업이었다. 난마처럼 얽힌 사회적, 경제적 문제와 과다한 복지문제 등을 정리한 ‘철의 여인’ 마가렛 데처 총리의 경제의 기초체력 다지기의 덕을 단단히 보았지만, 그가 좌와 우의 이념을 넘어 현존의 문제에 더욱 밀착된 ‘새로운 제3의 길’을 제시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블레어의 뒤를 이은 고든 브라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이르기까지 창조산업은 영국의 핵심적인 국가 성장 동력이 되어 영국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한껏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영국 경제의 이러한 화려한 비상 속에 숨어있는 비결은 교육의 힘이다. 재무통인 고든 브라운(Gordon Brown)은 토니 블레어(Tony Blair) 총리 후임으로 취임하자마자 교육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았고, “영국 경제의 미래가 교육의 질 향상에 달려 있다”, “영국을 교육강국으로 만드는 것이 나의 확고한 선택이다”이라는 그의 신념은 교육개혁으로 이어졌다. 좌와 우의 이념으로 교육을 보기보다 국가의 미래와 교육과 경제를 직결시켜 볼 수 있었기에 영국의 이러한 개혁이 가능했을 것이다. 즉 교육에 대한 개인적 선택은 좌와 우가 있을 수 있으나, 국가의 미래가 달린 교육은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 덕이다.

고든 브라운의 교육개혁은 세계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에 조응하듯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의 국가 개혁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하였다. 최근 고든 브라운은 유엔 글로벌교육특사로도 활동하면서 전 세계 교육의 개혁에 커다란 영향력과 영감을 주고 있고, 그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상의 방안으로 인재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서도 그는 “모든 경제가 지식경제로 바뀌고 있어, 교육이 미래의 국가의 번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대 세계에서의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으로서 인재 개발이 가장 중요하며, “교육은 경제개발이자 복지와 정의”라고 말한다.

교육 재창조가 시대적 과제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 되었다. 급변하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한 평생학습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과 미국의 GDP가 전 세계 GDP의 40%, 세계교육의 40~45% 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 각 나라들의 경제적 성장과 교육적 성장이 급속히 일어나고 있어 국가 간의 경제와 교육에 있어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래의 국가 두되가 되는 유학생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이며, 영국은 세계 유학생 가운데 15%가 몰려 미국에 이어 유학생 점유율 2위 국가이다. 이 두 가지의 자료를 대비시켜보면 교육이 국가의 가장 큰 산업의 하나인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미래를 위한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도 창의력 향상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도 창조력 키우기 위해 재구성되어야 한다. 미래사회는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면서도, 독립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창의적 사고, 의사소통능력, 교육 및 인재개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창조층을 필요로 한다. 이제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창조적인 가를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암기식의 문제풀이를 기계적으로 얼마나 잘하는 가에 따른 정답맞추기 교육은 그야 말로 정답이 아니다. 어떻게 창조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는 지가 지역경제의 핵심적인 질문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세계의 변화를 보면, 우리 지역의 경제와 교육이 창조적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창조적일 수 있는가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할 때가 이미 지나버린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된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자는 후대에 <管子>라는 책을 남겼는데, 여기에 담긴 의미심장한 구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기를 하나를 심어서 하나를 얻는 것이 곡식이라면, 하나를 심어서 열을 얻는 것은 나무이며, 하나를 심어서 백을 얻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일 년의 계획은 곡식심기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년의 계획은 나무심기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일생의 계획은 사람 기르기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고 재차 강조한다. 사람이 미래이고 교육이 미래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우리는 경제라는 말에 앞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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