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린 IT’라는 말이 많이 나오던데 그게 정확히 뭐죠.”

최근 서울 소재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방문한 자리에서 실무자로부터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릴 정도로 어느 IT 기관보다 ‘그린 IT’에 신경을 써야 할 IDC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어찌 답할지 몰라 순간적으로 기자도 말을 못 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실무자의 말을 들으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다국적 서버·스토리지업체마다 돌아가며 찾아와 친환경 IT 인프라를 구현하는 그린 IT 시스템이라고 강조를 하긴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환경 친화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은 없더라”고 덧붙였다.

그저 전력 소모량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한 서버·스토리지 한 대로 기존 두 대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할 뿐 그것이 우리네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얼마나 푸르게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 실무자에게는 다국적 IT업계의 그린 IT 마케팅이 그저 환경을 볼모로 보다 비싼 장비를 사게 하려는 장삿속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실제로 최근 그린 IT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든 다국적 IT업체가 이를 강조하지만 ‘그린데이터센터’ ‘그린스토리지’ 등 그린을 갖다붙이는 데만 급급한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IDC 관계자는 “그린 IT가 녹색 페인트로 칠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다국적 IT업계의 무분별한 그린 마케팅을 우려했다.

물론 그린 IT라는 개념이 해외에서 태동한 것이고 국내는 도입 움직임이 뒤처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만 삼는 것은 곤란하다. 지금 국내 IT시장에 필요한 것은 우리 환경을 푸르게 가꾸는 ‘그린(Green) IT’지, 보기 좋게 포장하는 ‘그린(Painting) IT’가 아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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