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서지훈

“한국의 현대음악을 독일에 소개하고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인 연주자들의 모습을 고국에 자랑스럽게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10여 명의 젊은 한인 연주자가 모인 ‘베를리너 앙상블 에센츠’를 이끄는 작곡가 서지훈(32) 씨는 이 연주단의 목표를 ‘한국과 독일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서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한인 연주자가 많지만 각자의 일정에 쫓겨 함께 음악 활동을 할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지난해 앙상블을 만들고서 함께 의미 있는 연주활동을 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서씨는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2009년 독일로 건너가 한스 아이슬러 베를린에서 수학하며 베를린 국립음대 한스피터 키버츠 교수와 작곡가 진은숙을 사사했다.
한국의 현대음악과 연주자들을 알리자는 생각에 지난해엔 20∼30대 젊은 한인 연주자들을 모아 ‘베를리너 앙상블 에센츠’를 만들었다.
2013년 파데레프스키 피아노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문지영(베를린 음대 강사) 씨와 독일 만하임 필하모닉 단원인 성해라(플루트),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인 유신혜(바이올린) 씨 등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연주자들이 서 씨의 뜻에 동참했다.
현재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 중이거나 베를린에서 유학 중인 이들이지만 개인 시간을 쪼개 연습에 참여하고 공연을 꾸민다. 처음엔 9명이던 단원이 데뷔 콘서트 이후 13명으로 늘었다.
오는 6월로 예정된 두 번째 콘서트의 무대도 지난해 데뷔 콘서트를 열었던 한국문화원 공연장보다 두 배가량 넓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로 옮겼다.
‘대화들’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독일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 작곡가 전상직 서울대 교수, 베를린 국립음대 한스피터 키버츠 교수의 작품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작품이 함께 연주된다. 한국과 독일, 스승과 제자의 만남인 셈이다.
이 공연에 대해 서씨는 “한국의 클래식 인재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점에서 젊은 음악가로서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다”며 “한국의 뛰어난 음악성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문화적 공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를리너 앙상블 에센츠의 공연을 통해 한국 학생과 신진 작곡가의 작품을 베를린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신진 작곡가의 작품을 발굴해 베를리너 앙상블 에센츠의 베를린 공연에서 초연한다는 것이다.
그는 “베를리너 앙상블 에센츠를 통해 한국과 독일, 기성세대와 신세대, 연주가와 작곡가의 소통과 함께 청중과 음악가의 음악적 대화를 이뤄가게 되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젊은 음악가들의 대화 시도는 앞으로 한국과 세계 음악계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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