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 사무실 등 4곳 압수수색 단서 잡아

   

▲ 28일 오전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해경의 '근무 태만'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품을 들고 경찰서를 나오는 수사본부 관계자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불법 외환거래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포착하고 28일 오전 관련 사무실 등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유 전 회장 차남 혁기(42)씨 소유 페이퍼컴퍼니 ‘키솔루션’ 사무실과 혁기씨의 과거 대구 주거지, 선릉로에 위치한 모래알디자인 사무실, 유 전 회장 최측근 중 한 명인 고창환(67) 세모 대표이사의 경기도 용인시 소재 자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 주거지는 유 전 회장 소유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사무실 소재지로도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계열사 간 물품 및 용역거래 내역, 외환거래 내역, 자금흐름과 관련한 회계장부 등 각종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여러 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뒤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계열사 자금을 끌어모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검찰이 파악한 유 전 회장 일가 소유 페이퍼컴퍼니는 최소 3곳 이상이다. 유 전 회장의 ‘붉은머리오목눈이’와 혁기씨의 ‘키솔루션’ 외에도 장남 대균(44)씨가 ‘SLPLUS’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페이퍼컴퍼니는 수년 간 계열사 30여 곳으로부터 컨설팅비와 고문료 명목으로 2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 3부자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컨설팅회사를 차려 놓고 계열사로부터 수백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6일 청해진해운과 관계사의 회계업무를 담당한 김모 회계사의 서울 강남 사무실과 자택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회계장부와 금전거래 내역 등을 확보한데 이어 27일 김씨 등 회계사 3∼4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씨는 10여년 이상 청해진해운의 회계 감사를 맡고 청해진해운의 최대주주인 천해지의 임원을 지내는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재무관리를 맡아온 핵심 인물이다. 김씨는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 및 유 전 회장 최측근 중 한 명인 고 대표, 계열사 실무진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퇴직자 등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유 전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개입했으며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유 전 회장 일가가 해외에 법인을 만든 뒤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서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관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계열사들이 무역 거래 등의 명목으로 1천억대의 자금을 해외로 보낸 사실을 파악하고 이 가운데 불법 송금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차남 혁기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사진 전시업체 ‘아해 프레스 프랑스’ 법인의 설립과 해외 부동산 투자를 위해 유 전 회장 일가 및 계열사가 이같은 외환 밀반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무진에 대한 조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검찰은 이번 주부터 주요 계열사 대표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이번주 중으로 책임자 일부를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혁기씨와 딸 등 유 전 회장 일가와 김혜경(52) 한국제약 대표이사, 김필배(76) 다판다 대표 등 유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고 이미 통보했다.
 검찰은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72) 대표, 아이원아이홀딩스와 천해지의 대표를 겸하는 변기춘(42) 대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황호은(63) 새무리 대표, 이순자(71) 전 한국제약 이사 등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 7인방 중 나머지 인물들의 소환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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