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지
 지식사회팀

세월호가 침몰한지도 벌써 보름이 다 되어간다. 지난 시간동안 희생자 가족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은 침통한 마음으로 제발 단 한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조되길 기도했다.

매일같이 신문의 수많은 면을 세월호 참사 소식으로 채우면서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때로는 울화가 치밀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번 사고 이후 아이들 사이에서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원통한 사고를 만든 것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희생자를 낳은 것도 모두 어른들인 탓이다. 사고 당시 무책임하게 승객들을 버린 선장과 승무원들, 진도 체육관을 찾아 기념촬영을 한 공무원, 연일 잘못된 생존자 정보를 발표해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헤집어 놓는 고위 관료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최첨단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더이상 아이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은 더는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끔찍한 일이다.

서울 강남과 목동 등지 한낮의 커피숍에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삼삼오오 무리지어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는 엄마들이 많다. 한달을 요일별로 잘게 나눠 열 곳이 넘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고 아이들이 학원을 마치면 다음 학원으로 이동시켜 주기 위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교과 학습을 위해 영어, 수학, 논술, 과학 학원은 기본이고 요즘 필수라는 중국어, 예술 감각을 키워줄 미술,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학원, 그리고 체력을 길러줄 수영과 남아라면 축구교실, 태권도, 여아는 피겨나 발레 학원 등에 보낸다. 아이들의 이런 일정 때문에 엄마들도 덩달아 바쁘다.

이들은 사랑하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희생하고 있다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은 이런 것들 만은 아닐 것이다. 각종 교재들이 가득한 무거운 가방을 메고 숨 쉴 틈 없이 이 학원 저 학원을 옮겨다니는 아이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신뢰 받지 못하는 사람의 말에 힘이 실릴 리 없다. 우리의 생각과 교육 방식을 강요하기 전에 과연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 진짜 ‘어른’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어지럽고 불안정한 세상에서 더이상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겠다고 말하는 상처받은 아이들. 봄의 새싹처럼 여리고 미약한 우리의 아이들은 누굴 믿고 따라야 할까.
조현지 기자 jh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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