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열도는 에코(ECO) 열풍에 빠졌다. 출장 길에 자주 둘러보는 아키하바라 전자상가에서 가장 부각돼 보이는 키워드도 에코였다. 거리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즐비하고 건물의 콘크리트 면에도 식물을 가꾸며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가전제품의 절전 경쟁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됐다. 대부분의 전기제품에 에코 마크와 이산화탄소 절감에 대한 문구는 빠지질 않고 있다. 디자인이나 기능과 함께 소비전력이 제품 선택의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 일본 에코 마크는 1989년 일본 환경성 후원으로 만들어진 제도다. 절전 제품뿐만 아니라 절수나 유기농 제품, 친환경 제품 등 모든 품목에 거쳐 약 5500개 제품만이 인증을 받은 까다로운 규격이다. 제품만이 아니라 환경관련 경영, 환경관련 법규준수 심사까지 통과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에코 마크가 붙은 제품들은 시장에서의 신뢰도가 매우 높아 고가여도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다.

이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절감에 대한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교토의정서 의장국인 일본은 2012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대보다 6% 감축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홍보도 있지만, 친환경적인 일본인 성향이 이산화탄소 절감과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나라의 대응은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CO? 배출량이 세계 10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3년부터는 이산화탄소 감축의무가 부과된다. 지금대로라면 탄소배출권 구매비용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있다. 많게는 60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은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 일본을 뒤덮은 에코 바람이 올해 우리나라에 거세게 불었으면 한다.

권준일 에이치맥스 이사 kwon@h-max.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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