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7일 아르코예술극장서 50주년 기념공연

무용가 국수호 "춤 인생 50년, 스승에 바치는 무대"

3월 5~7일 아르코예술극장서 50주년 기념공연
5년간 작업한 한국 춤 전용 무대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춤 인생 50년을 돌아보니 제게 스승 복이 많았더군요. 그래서 이번 50주년 기념 공연은 제 춤의 살을 만들고 정신을 만들어준 그분들께 바치는 무대입니다."
우리 전통 무용을 계승하고 창작무용을 보급하는데 앞장서온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국수호(66)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올해로 춤 인생 50주년을 맞았다.

   전주농고 1학년으로 16살이던 1964년 덕수궁 석조전 앞에서 열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관객 앞에서 장구춤을 췄던 게 그의 첫 무대였다.

   오는 3월 5~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춤 인생 50주년 기념공연 '국수호 춤 50주년, 춤의 귀환'을 앞두고 연습에 여념이 없는 그를 17일 낮 대치동 국수호디딤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났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 여자도 아닌 남자가 왜 하필 춤을 추게 됐는지 물어봤다.

   "두세 살 때 살았던 전북 완주군 비봉면에 전주댁이라는 무당이 있었어요. 무당이 굿하는 걸 6살 때까지 보고 자랐지요. 무당이 꽃을 흔들며 뛰면 갑동이 아저씨라는 사람은 장구와 꽹과리를 치면서 경을 읽었는데 그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춤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그는 "고향이 전주인데 전라도 사람들은 풍류를 좋아해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며 "당시엔 송범, 이매방 등 내로라하는 무용가들도 거의 남자들이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라벌예대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중앙대에서 연극을, 중앙대 대학원에서는 민속학을 전공했다.

   대학 교육과는 별도로 한영숙, 송범, 은방초 등 당대 무용계를 주름잡던 전통 춤꾼들을 사사하며 그들의 춤을 이어받았다.

   16~18세까지 전주 권번의 춤 사범이었던 정형인의 삼현 승무와 남무를 사사했고 박금슬 무용연구소에서는 마지막 제자로 3년간 숙식을 함께하며 박금슬이 오세암 천월스님으로부터 사사한 바라 승무를 익혔다.

   군 제대 직후인 1973년부터는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국내 남성 직업무용가 1호라는 기록을 세웠고 그로부터 30년간 무용단에서 활약했다.

   그는 "국립극장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으니 국립극장이 만든 무용가인 셈"이라며 "그만큼 국립극장 덕을 봤고 국립극장 무대가 무용수로서 내가 성장했던 곳"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지난 50년 삶을 돌아보는 자리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무용가로 살면서 한국무용 전용 무대가 없는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던 그는 한국춤에 맞는 무대 디자인을 제시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에 지난 5년여간 개인재산을 털어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중앙대 교수와 일본 가부키(歌舞伎)와 노(能), 분락구(文樂), 중국의 경극 무대 등 각국의 춤 전용 무대들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이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인 한국의 가(歌)•무(舞)•악(樂)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한국 춤과 전통예술을 위한 무대 디자인을 선보인다.

   한국 춤 전용 무대를 소개하는 이유를 물으니 "앞으로 10년 내에 국립 춤 전용극장, 국립 창 전용극장, 국립 악 전용극장이 나올 것을 기대하면서 먼저 내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가무악은 우리 예술의 근본이고 한국인이 지니고 살아야 할 문화적 동력인데 그걸 지켜내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우리 전통춤의 집, 소리의 집이 없으면 우리 전통예술은 떠돌아다니다 언젠가는 소멸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도 집이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데 우리 춤, 우리 소리는 그런 집이 없었던 데 대해 예술가로서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하면서 소개하는 무대"라고 했다.

   춤 인생 50년을 맞았지만, 무용가로서 그의 삶은 여전히 쉼 없이 달리고 있다.

   "70살까지 명무(名舞)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제 4년 남았네요. 그때까지 몸을 움직일 수 있고 계속 노력한다면 입신의 경지, 무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승들의 대를 잇는 부끄럽지 않은 무용가가 되는 것이 제 소박한 꿈입니다."
   ▲ 국수호 춤 50주년, 춤의 귀환 = 3월 5~7일 오후 8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3만~10만원. ☎02-2263-4680.

   mong0716@yna.co.kr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