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갈수록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범, 이산화탄소(CO₂)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탄소배출권’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의 탄생 배경은 한마디로 지구 환경을 더럽히는 오염자에게 그 비용을 물게 하겠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예컨대 자동차 업체는 차를 만들어 팔아 부를 축적한다. 하지만 그 자동차가 내뿜은 매연으로 모든 지구인의 공공재인 공기가 더러워져도 차 업체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 현재의 불합리를 타파하자는 것이 최근의 국제적 합의다.

따라서 이제는 정해진 기간 내에 CO₂ 배출을 줄이지 못한 각국 기업이 배출량에 여유가 있거나 숲을 조성한 사업체에서 돈을 주고 권리를 사야 한다.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의무당사국은 199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CO₂ 배출량을 평균 5%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감축에 성공한 나라는 감량한 양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나 석유화학기업 등 CO₂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CO₂ 배출 자체를 줄여야 한다. 아니면 배출량이 적은 국가의 조림지 소유업체의 권리를 사야 한다. 한국은 2013년 2차 의무대상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 권리를 사고파는 장터가 자연스레 열리게 됐다. 이른바 ‘탄소시장’이다. 이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 즉 탄소배출권을 상품화해 거래하는 곳이다. 세계적 헤지펀드 회사인 맨그룹은 탄소시장을 ‘새로운 놀이터’라고 부를 정도다. 그만큼 미래 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금융 투자처라는 얘기다.

선진국 기업은 온실가스 감소나 청정에너지 개발 투자에 많은 돈을 쓰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탄소배출권 구매에 나서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탄소시장은 지난 2004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여 2006년 3분기까지 거래 규모가 215억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이면 1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국내 관련 기관의 진출도 시급히 정리·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탄소배출권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태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오바마 미 행정부는 ‘뉴 아폴로 프로젝트’를 수립해 본격화되는 탄소배출권 시대에 대비하고, 특히 경제위기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은 전 세계 CO₂의 4분의 1가량을 내뿜으면서도 개발도상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교토의정서 참여를 거부, 국제 사회를 빈축을 사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CO₂ 배출량을 2050년까지 1990년에 비해 무려 80%나 감축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는 전력의 4분의 1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해내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발표한 ‘후쿠다 비전’에서 2050년까지 CO₂ 배출량 감축목표를 2005년 대비 60∼80%로 설정해놓고 있다. 고효율 천연가스를 비롯해 태양광 및 연료전지 등을 중점 육성 핵심기술로 선정,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다.

기술력을 확보한 EU는 강력한 환경규제를 통해 비관세 무역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2007년 말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항공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했다.

자동차 CO₂ 배출량은 2015년부터 125g/㎞로 제한(현재 140g/㎞)된다. 2012년부터는 역내에 취항하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탄소배출 상한을 할당하고 배출권 거래를 허용할 태세다.

우리나라도 이달 말 임시국회 상정이 예고된 ‘녹색성장기본법’에서 국내의 일선 생산업체가 내뿜는 굴뚝 연기를 강제로 막아 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산업계에서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법 43조에 규정된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 이른바 ‘캡 앤드 트레이드(Cap & Trade)’라 불리는 이 법은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Cap)을 할당하고, 이를 초과 또는 하회하는 배출량은 탄소배출권을 사고 판다(Trade).

철강이나 석유화학과 같이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산업은 막대한 비용을 지급하고 탄소배출권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이병욱 전경련 상무는 “국내 철강업계가 2013년에 2010년 대비 CO₂배출량을 0∼5% 감축하려면, 연간 6825억∼9045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체가 부담해야 할 부담액도 연간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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