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로 고귀한 생명을 잃게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앞서 이날 오전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를 찾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히 지난 15일 국무회의에서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주 만에 또다시 사과를 한 것이다. 그만큼 현 정국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번 사고에 책임을 지고 지난 27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지만, 정부의 혼선과 무능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좀처럼 잦아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이 대국민 사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심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라 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무능함과 맞물려 확연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6·4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권의 참패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자산으로 내세워온 ‘약속과 신뢰’라는 덕목이 이번 사고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곤혹스러운 대목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며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까지 했지만 이번에 정부가 보여준 ‘아마추어리즘’은 이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기 때문이다.
또 취임 초기부터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모토로 내걸고 사회 각 분야에 깊이 박힌 부조리와 비정상적 관행 근절을 강조했지만, 이번 사고의 핵심원인인 해운업계의 부조리는 전혀 손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위기라고 인식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들을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한스럽다”며 “집권 초에 이런 악습과 잘못된 관행들,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박 대통령은 ‘국가개조’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전방위 개혁의지를 드러냈다.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와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가 재연되는 현 상황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 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며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적이고 철저한 국민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국가개조’라는 단어에 맞게 사회 전분야를 ‘손보겠다’는게 박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인다. 작년에 문제가 된 원전비리와 문화재 관리비리는 물론 해운·철도·에너지·금융·교육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도 비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해법으로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며 “해운업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업계와 유착관계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불법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폐해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 유관기관에 퇴직 공직자들이 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이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분노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공직사회 부조리와 문제점들을 혁파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가 이번에 부처 이기주의와 무사안일주의 그리고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주창해 온 공직사회 개혁을 무색하게 했다는 판단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공직사회가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부처 칸막이 속에서 부처 이기주의를 만연시키는데다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서 여러 보직을 거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관료만 늘어나는 문제점을 열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 임용방식,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앞으로 공직사회에 대대적인 ‘개혁 회오리’가 일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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