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의 맛

안대회, 정병설, 이용철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 8800원

먹고 마시고 토론하고 생각하라 

필요하다면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면서 밤을 지내도록 내버려둡시다. 와인이 없다면 그들은 아마도 더 나쁜 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중략)… 과음은 인간의 격을 떨어뜨리고 적어도 잠시 동안은 이성을 상실하게 하고 길게는 그를 바보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와인을 마시는 것이 범죄는 아니며 그로 인해 범죄가 생기는 것은 드문 일입니다. 와인은 인간을 바보로 만들기는 해도 악한으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와인이 야기한 잠시 동안의 다툼은 오래 지속될 수백의 애정을 만듭니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은 진실함과 솔직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선량하고 올바르고 정의롭고 충실하며 용감하고 정직한 사람들입니다. - 루소가 달랑베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 등등… 맛의 종류는 끝이 없고, 그 맛에 회가 동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인류는 늘 맛있는걸 먹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배를 채우는게 급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면에서 18세기는 인류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의 맛』은 안대회, 이용철, 정병설, 정민, 주경철, 주영하, 소래섭 등 '한국18세기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스물세 명이 먹고살기 위해 먹던 '먹을거리'에서 즐기는 '맛'의 차원으로 변하는 시기의 두근거리는 역사 이야기 스물세 편을 담은 책이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음식들 외에도 무수한 음식들이 모습을 달리해가며 우리 식탁위에 올라왔고, 또 사라져갔다. 그런 수 많은 음식 역사의 페이지 중에서 그들이 유독 18세기를 주목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18세기는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고급스런 음식들이 대중화되고, 이국적 음식의 세계화가 진행된 시기이다. 또한 저급한 감각으로 치부되던 맛에 관한 담론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기로 금욕과 절제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욕망을 추구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취향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곳에서는 늘 말하고 즐기며 생각을 나누는 행위들이 뒤따랐다. '천천히 퍼지는 독약'또는 '검은 음료'로 불린 커피가 그 대표적 사래라 하겠다. 이 검은 음료는 까페 문화와 함께 진보적 인식을 급속도로 퍼트렸으며 프랑스 대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렇듯 어떤 맛은 목숨을 걸어야 했고, 어떤 맛은 죄의 사함을 이끌어 내기도 했으며, 어떤 맛은 국가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맛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범하다. 인간이 최초로 탐하고, 최초로 즐기는 '맛'. 스물세명의 저자가 보여주는 탐미의 역사속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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