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은행 비중 처음 절반 넘어

신용도가 좋지 않은 가계나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문턱이 높아졌다.

은행의 금융중개 기능이 저하되면서 전체 가계대출(카드사 판매 신용 제외) 중 비은행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통계 작성 이래 처음 50%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에서 중·저 신용자의 비중이 큰폭으로 축소되고 있다.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고신용(1∼4등급) 차주의 대출은 49% 늘었지만 중·저신용(5∼10등급) 차주의 대출은 21% 감소했다.

기업 대출도 중소기업에 대해 금리, 담보, 만기 등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형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9개 은행의 차주별 신용등급 분석 결과 중소기업의 신용등급은 2008년말 4.80등급에서 지난해말 4.39등급으로 향상되고 대기업은 3.45등급에서 3.78등급으로 하락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간 만기 격차는 2008년말 평균 0.3년에서 지난해말 0.5년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의 담보·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50%에서 58%로 8%포인트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2%포인트 증가에 그쳤다.

이들 은행의 기업 대출은 2009∼2013년 20% 늘었지만 비우량(5∼10등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21%나 감소했다.

실제 은행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

전체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 대출(963조원) 가운데 비은행 금융기관(481조9,000억원)의 비중은 작년 말 50.0%를 기록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저신용(7∼10등급) 차주의 대출 중 대부업체를 이용한 비중도 지난해말 5.7%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3년 사이에 1.1%포인트 높아졌다.

최근에는 심지어 소득 4분위이상 고소득 계층에서도 비은행 금융기관의 이용비중이 뚜렷하게 확대되는 양상이다.

보고서는 “은행의 자금 중개기능이 저하되면서 가계나 기업이 실물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며 “이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은행 대출의 비율은 주요국에 비해 한국이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유진기자 cyj@busan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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