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장준동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들은 아직까지 집단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월호 선장이  자기만 살겠다면서 수백명의 승객과 어린 학생들을 팽개치고 제일 먼저 팬티차림으로 탈출하는 생생한 장면을 보고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검찰에서는 선장에 대해  선박충돌사고를 야기하고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죄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위 죄명으로는 최고형이 무기징역이므로 사형이 가능한 살인죄로 기소하여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과연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세월호 선장을 살인죄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 바, 첫째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가. 둘째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첫째, 선장이 승객들을 죽이겠다는 살해의 고의는 인정되기 어렵지만, 살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미필적 고의란 행위자가 객관적 구성요건의 실현을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또한 그것을 감수하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성립하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5층 건물 옥상에서 주먹보다 큰 돌을 건물 아래로 던져서 지나가는 사람이 맞아 사망에 이른 경우에 행위자로서는 돌을 던지는 경우 지나가는 사람이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돌을 던졌기 때문에 살인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것이다.
세월호 선장의 경우 자신이 승객들을 구조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경우 승객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하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탈출하였기 때문에 살인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우리 형사법상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인정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992년도에 삼촌이 10세인 조카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피해자인 조카를 불러내어 미리 물색하여 둔 저수지로 데리고 갔고, 경사가 급하여 미끄러지기 쉬운 제방 쪽으로 유인하여 함께 걷다가 피해자로 하여금 미끄러져 수심이 2미터가 넘는 저수지 물속으로 빠지게 하였고, 그를 구호하지 아니함으로써 익사하게 한 사안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삼촌으로서 익사의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없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익사의 위험이 있는 저수지로 데리고 갔던 삼촌으로서는 피해자가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을 방지하고 피해자가 물에 빠지는 경우 그를 구호하여 주어야 할 법적인 작위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가 물에 빠진 후에 그를 구하지 아니한 채 그가 익사하는 것을 용인하고 방관한 행위(부작위)는 피해자를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형법상 평가될 만한 살인의 실행행위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 사안에서 보는 것처럼, 대법원은 부작위에 살인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어야 되고(보증인 지위),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구성요건의 실행과 같이 평가될 수 있을 때(행위정형의 등가성)에 비로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리를 세월호 선장의 경우에 적용해 보면, 선장은 수난구호법 및 선원법에 의하여 사고시 승객을 구조해야하고, 승객이 모두 떠날 때까지 선박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법적인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위에서 말하는 ‘보증인 지위’에 있는 자라고 할 수 있으며, 선장이 수백명의 승객을 구조하지 아니하고 제일 먼저 탈출함으로써 승객들로 하여금 익사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직접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형법상 평가될 만한 살인의 실행행위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행위정형의 동가성’도 인정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세월호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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