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悖倫)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러한 현상.’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사회 안전망, 내팽개쳐진 윤리의식, 3류 직업관 등이 만들어낸 ‘패륜범죄’다. 결과는 참담하다.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우울함과 자괴감에 몸서리 치고 있다.
 총리가 그만둔다고 해경청장이 고개를 숙여 사죄한다고 대통령이 ‘사과의 말씀’을 낭독한다고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이 속시원히 해결되지 않는다. 세월호의 침몰은 우리의 위기관리 역량, 윤리의식, 책임감이 어느 수준인지를 잘 확인시켜 주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스며 있다. ‘결과 중시, 과정 무시’와 결별하지 못한 것도 참사에 일조했을 것이다.
 특히 생명과 직결되는 선박검사와 안전관리분야 업무를 수행하고 기관에 퇴직관리가 자리하는 것도 감독의 약화를 불러왔다. 일부 기업들의 탐욕스런 이익추구가 판을 치고 어쩌다 법망에 걸리면 일부 재산을 내놓는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는 것도 문제다.
 4,5년에 한번 꼴로 바뀌는 정권과 정당 구조 속에서 정치가 성숙되는 과정이 실종됐다. 의회정치도 대립적이며 선거에만 ‘올인’한다. 그래서 ‘선거는 결과’라는 말이 생겨난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 끝에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 올라섰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을 막지 못했다. 그러니 이제는 경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법을 만들고 지키고 적용해야 하는 주체들부터 그 법을 무시한데서 온 결과다. 정치영역에서의 끝없는 판 뒤집기와 재빠른 변신, 한국사회에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는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가 서둘러 산업화를 달성하면서 책임의식과 절차적 정당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절차적 정당성, 행위규칙, 게임규칙을 갖지 못한다면 우리는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없다.
 이제 우리는 부적절한 수단을 사용했을 때 비록 그것이 성공했을지라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좋은 결과를 내려면 수단과 방법도 좋아야 한다는 전제가 뿌리내려야 한다.
 편법과 나쁜 수단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가치관이 사회저변에 깔려야 정상사회로 다가설 수 있다. 시민의 안전이 제일이고 절차가 준수되는 선진사회 만들기는 과연 가능이나 한 것일까?

이상연
지식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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