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면적 53만799㎡, 15만 평의 광활한 땅. 한때 ‘하야리아(정식 명칭 하이얼리아) 미군부대’라고 불리던 이곳은 부산에 있지만 부산의 땅이 아니었다. 지난 100년간 부산에 있었지만 그 누구도 밟을 수 없었던 그 땅이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부산의 도심에 자리잡은 부산시민공원이 1일 마침내 개장됐다.
부산시민공원 부지가 타국에 의해 관리되기 시작된 건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시절, 부산시민공원 부지는 일본인과 일본군에 의해 경마장과 군사기지 등으로 활용됐다. 그리고 해방과 함께 미군에 의한 군정이 시작되면서 한국에서 가장 큰 주한미군부대인 하야리아 부대가 자리잡게 된다.
그렇게 60여 년간 부산의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던 주한미군부대에 대한 철수와 공여지에 대한 반환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고, 1995년 하야리아 캠프 부지 반환을 위한 각종 시민단체가 결성되면서 시민공원 조성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애환을 담은 이 땅을 돌려받기 위해 ‘50만 명 시민 서명운동’, ‘거리문화제’, ‘인간띠 잇기’ 등 시민 참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런 관심의 결과 드디어 반환이 결정되고, 당초 계획된 폐쇄 시점보다 5년이나 앞당긴 지난 2006년 8월 기지 폐쇄가 이뤄진다.
100만평공원시민협의회 김승환 운영위원장은 “당초 계획했던 50만 명 서명운동은 152만 명의 서명을 받았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무엇보다 ‘우리땅 찾기 인간띠 잇기 대회’가 1995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꾸준히 이어져오면서 우리 땅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아직도 생생하다는 당시의 기억을 전했다.
부산시민공원은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되찾은 땅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공원 곳곳에 우리의 역사가 고스란히 베어있어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하야리아 부대 당시의 장교관사부터 하사관 숙소, 부대 내 학교 등의 건물들은 모두 리모델링해 시민들을 위한 전시실, 강의실 등으로 탈바꿈했다. 또 공원 곳곳에 부지에 관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형상화하고, 조형물로 남겨둬 시민들의 역사적 이해를 돕고있다.
부산시민공원 추진단 김성두 주무관 “기존의 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자 했다”며 “우리에게 아픔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많은 시민들과 함께 되찾은 공간인 만큼 그 역사를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원은 ‘기억·문화·즐거움·자연·참여’의 숲길 등 5개의 테마 숲길로 이뤄져 있으며, 3개 호수와 잔디광장을 비롯한 각종 쉼터, 편의시설을 갖췄다. 참여의 숲 3만4987㎡는 시민들이 헌수한 10억여원 어치의 나무와 초화류 등 6만여 그루로 조성됐다. 공원 안 부전천(2.5㎞)과 전포천(2.5㎞)은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됐다.
과거 미군 하사관 숙소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체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참여의 숲 3만4987㎡는 시민들이 헌수한 10억여 원 어치의 나무와 초화류 등 6만여 그루로 조성됐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진행된 시민헌수운동을 통해 마련된 기금이 쓰였다. 시민헌수운동에 참여한 인원만 무려 5,400명이 넘는다는 점은 공원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산 시민 1,500명으로 이루어진 ‘부산걷기 동호회’의 한장석 회장은 “우리 동호회가 자연과 연관된 단체인만큼 시민헌수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회원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시민공원을 위한 헌수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부산 시민으로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공원에 심어진 나무를 보고나니 더 뿌듯하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갤러리, 공연장, 문화예술촌 등이 마련됐다. 또 국내 최초의 유비쿼터스 공원으로 조성돼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공원 내 안전 확보를 위해 스마트방범 CCTV가 설치됐고, 스마트폰으로 나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수목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주요 수목의 상태는 RFID(IC칩과 무선을 통한 정보관리) 기술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부산시민공원 부지가 일본의 경마장이었던 시절부터 지켜봐왔다는 김우식(77) 씨는 “들어가볼 수 없는 곳이기에 어릴 적부터 늘 궁금해했던 곳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와보니 정말 감회가 색다르고, 도심에 이렇게 멋진 공원이 들어선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며 “앞으로 매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은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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