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취재진 출입 통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닷새째인 20일 단원고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안산지역 장례식장에는 슬픔을 나누려는 제자, 교사, 친구, 선후배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사고 여객선에서 구조되고서도 제자들의 숱한 희생이 눈에 밟힌 탓인지 세상을 등진 단원고 강모(52) 교감의 빈소가 차려진 제일장례식장에는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강 교감의 비보를 듣고 달려온 동료들과 제자들은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지난 18일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 소나무에 목매 숨진 채 발견된 강 교감은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 지역에 뿌려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겨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었다.
단원고 3학년 한 남학생은 “소식을 듣고 교감 선생님을 뵈러 왔는데 믿을 수가 없다”면서 계단에 걸터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점심도 걸렀다는 그는 비탄에 잠긴 표정으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교복에 검은 운동화를 신은 어린 제자들의 조문 행렬은 보는 이들을 참담하게 만들었다.
또 강 교감이 공주사대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 예비역 장교이다보니 군복을 차려 입은 장교들도 빈소를 찾아 예의를 갖췄다.
이제는 대학생이 돼 옛 스승의 빈소에 찾아온 여제자들도 조문을 마치고 나와서 울음을 터뜨리며 서로 끌어안았다.
이날 오전 제일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희생된 학생 2명과 교사 2명의 발인식이 치러졌다.
비통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례식장에는 다음날인 21일 발인 예정인 박지우 학생도 안치돼 있어 친구와 선후배의 조문 발길이 오후 내내 이어지고 있다.
또 언론보도에 상당히 민감해진 유족의 요청으로 경기도교육청과 학교 관계자들은 ‘보디가드’를 자처하며 취재진의 장례식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학생 희생자들의 발인이 시작된 다른 장례식장들과는 달리 고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의 유족들은 합동 장례식을 유념하는 듯 장례 일정을 미루고 있는 분위기다.
이곳 역시 취재진의 출입으로 인한 불편을 막기 위해 유가족이 직접 나서 삼엄한 경비를 유지하고 있다.
한쪽엔 생존한 친구들이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이 있고, 다른 한쪽엔 숨진 친구들이 안치된 고대 안산병원은 그 어느 곳보다도 침통한 분위기가 무겁게 깔렸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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