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부모]

아이들과의 대화는 예술과 같고 아이들의 말을 이해하려면 마치 암호를 해독할 때처럼 기술이 필요하다고 기너트는 말했다. 아이들은 많은 말을 하고 있으며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엄마 어디예요?”
 “언제 올 거예요?”
 “지금은 뭐하셔요?”
 외출중인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에 아이는 연달아 질문 공세를 펴고 있다. 아이가 알고자 하는 것은 순수하게 엄마의 위치와 오는 시간이 아니다. 아이는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무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면서 엄마와 부딪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질문 그 너머의 대답을 해 주어야 한다. 그 질문의 암호를 해독하지 못한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고 말았다.
 “조금 있으면 갈 거야. 무섭니?”
 “너는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알 필요는 없다. 좀 있다 들어갈게.”
 “기다려라, 배고프니?”
 어른들이 자존심과 직관을 가지고 있듯이 아이들도 자존심과 직관을 가지고 있다. 직관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하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감각이다. 그런데 직관으로 대화를 알아듣는 것이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말을 이해하는 것 보다 감정을 더 정확하게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자기에 관한 느낌인데 자존감 손상이 있는 대화는 피해가는 것이다. 누구나 다 자존감의 손상을 입을때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화내며 자신을 방어해 나간다. 직관과 자존감을 가진 아이는 자신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질문해 나가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만큼의 세월동안 의사소통을 통해 말하는 기술을 배웠듯이 아이도 가장 안전한 방법의 대화를 알고 있는 것이다.
 AP 부모교육에서 팝킨은 상호존경이라고 말하면서 개인의 장점, 약점, 가문, 문화, 출신에 상관하지 않고 존경하는 것을 배우는 일은 자기존중감과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된다고 하였다.
 아이는 자신의 자존심과 감정을 최대한 보호하면서 나름대로의 경험의 기준아래에서 대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와의 대화는 암호를 풀듯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기술이 필요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질문을 했을 때 반복해 주는 방법이 있고 그 질문을 돌려주는 방법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보면 질문은 대답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질문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질문은 아이가 모르 것을 물을 때도 있지만 인정받고 관심 받고 존중받고 사랑을 확인을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엄마 이 장난감 여기 두는 거 맞죠?”
 “양치질은 밥 먹고 바로 하는 거죠?”
 “골고루 음식 먹으면 튼튼해지나요?
 “오늘은 숙제 안 해도 되죠?
 “컴퓨터게임 많이 하면 눈 나빠지나요?”
 아이들을 이와 같이 여러 가지 질문들을 쏟아 놓는다.
 아이가 묻는 이유를 모른 체 엄마가 넘겨짚어 대답해 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암호해독과 같은 아이의 질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너 알고 있는 것을 왜 자꾸 물어 보는 거냐”
 “이제 알아서 할 때도 되었는데 자꾸 물어보지 마라.”
 “그 정도는 너 알아서 해”
 라고 말하기 쉽다.
 위의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하는 방법은 질문하는 아이에게 거울 비추듯 반복하여 말해 주는 것이다. 질문을 반복해서 말해줌으로써 인정과 사랑과 관심을 한꺼번에 줄 수 있으면서 아이를 무시하고 비난하지 않고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음 장난감 거기 두면 되지.”
 “음 양치질은 밥 먹고 바로 하는 거지.”
 “음식 골고루 먹으면 튼튼해 지지.”
 “숙제 안 해도 될까?”
 “컴퓨터 오래하면 눈이 나빠지지.”
 단순한 대화인 것 같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인정의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질문을 반복해서 아이의 말을 인정해 줌으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고 부모에게 수용된다는 안정감이 들 것이며 부모와의 관계에서 신뢰감이 싹트게 될 것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이미 답을 알고 있거나 또는 상대방이 알고 있는지를 확인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정숙자
나우부모교육센터소장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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