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칼럼]

부산 국제금융도시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완공이 임박했다. 오는 6월 63층 높이의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우뚝 쏫으면 드디어 금융산업의 ‘부산시대’를 개막하는 것이다. 우선 국내 대형 금융 공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 예정이다. 이들은 거대한 금융 타운을 형성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같은 분야의 비슷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루는 네트워크와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력도 매우 크다. 이는 빌딩의 인지도를 상승시켜 빠른 시간 안에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금융산업의 총아로 평가되는 금융기업들이 몰리는 곳은 빌딩의 자산가치가 매우 높아진다. 기업, 무역, 유통 등 경제계 전체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초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의 본부도 유치해 문현혁신도시를 ‘국제금융’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글로벌 금융회사는 유치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국내 민간 금융기관의 유치 실적도 아직 귀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 정부의 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이나 정책금융공사의 이전도 좌초됐다. 어찌 보면 금융산업의 하드웨어만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안에 콘텐츠를 알차게 채우는 일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파격적인 세제혜택으로 외부 금융기관들의 입맛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총 83개 도시 중 부산이 27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처음 평가 받은 부산으로선 데뷔전을 선전했다. 국제 금융도시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2009년 부산금융중심지를 글로벌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힐 당시 서울도 힘든 금융을 부산이 해내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했다. 이에 부산시와 부산시민 및 관계자들은 한번 해보이겠다는 의지가 결연했다. 선박·파생특화금융중심지를 집중 부각시켰다. 해외 기업설명회 활동을 위해 분주히 뛰었고 이전공공기관들을 집적하면서 글로벌 금융도시로써 위치를 확보하는데 차분히 준비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로 화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융산업이 빛을 보고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느긋하게 거북이 걸음을 해서도 안된다. 사실 부산의 금융 관련 여건은 서울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으나 현 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정부에 의존하고 마냥 기다리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하다. 따라서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부산이 스스로 금융환경의 여건을 개선하면서 부산도 할 수 있다는 저력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를 더욱 올려야 한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감동적인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인적 자원 개발과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고, 외국인 직접투자의 적극적인 유치를 위해 문호도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부산만이 갖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여 그들을 유혹해야 할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산과 서울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서울 등과 연계성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간의 금융중심지 경쟁은 제로섬 내지 네거티브섬 게임의 특성이 있지만 국내 금융중심지 간에는 보완적인 포지티브섬 게임이 가능하다. 따라서 서울, 부산의 독립적 경쟁보다는 금융중심지 간 연계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 전체로선 플러스다. 가령, 부산 문현지역은 공공기관 이전을 기반으로 한 ‘특화금융중심지’로, 서울 여의도는 ‘종합금융중심지’로 각각 분담하는 것이다. 작은 과제들부터 차근차근 챙기고,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문현혁신지구에 금융중심지의 핵심 인프라 시설이 구축되었다. 앞으로 여기에 덧붙이고 더 발라서 ‘한국판 월스트리트’로 변모시켜야 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해양·파생상품 특화 금융허브로서 63층 마천루와 함께 우뚝 솟아야 할 것이다.

   

배근호
동의대 교수
금융보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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