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영향 제한적" VS "기업 이익·증시에 부담"

아베노믹스 출범 수출 큰 효과 없어
엔 환율 한국수출 민감도 낮아

   

명동 외환은행에서 관계자가 엔화 지폐뭉치를 정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엔화 가치가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대로 떨어진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엔화는 약세 속도를 조절해 100엔선을 여러 차례 넘나들다가 지난해 11월 이래 꾸준히 100엔선을 상회하고 있다.

일각에서 당초 우려만큼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엔화가 한국 경제에 여전히 부담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 100엔선 오르락내리락…IB 연말 전망치 109엔 지난해 5월 9일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2009년 4월 14일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을 넘어섰다.

이후 엔화는 약세 속도를 조절하며 100엔선을 상·하향으로 14차례나 돌파하며 널을 뛰었다.

지난해 6월 중순에는 94.31엔까지 절상됐다가 올해 초에는 105.39엔까지 절하됐다.

2일 오후 기준으로 엔화는 달러당 102.3∼102.4엔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은행(IB) 등 세계 주요 금융기관의 환율 전망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일 기준으로 블룸버그가 세계 60여 개 금융기관의 연말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중간값은 달러당 109엔이었다.

현재 환율보다는 7%가량 높은 수준이다.

앞서 신흥국 금융 불안, 우크라이나 사태, 일본은행의 추가 부양책 부재 등이 엔저의 발목을 잡았으나 중장기적인 엔화 약세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금리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한편으로 일본은행의 추가 부양책 가능성은 높게 점치는 만큼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가 전망된다는 뜻이다.

다카하시 요시오 바클레이스 수석 엔화 외 채권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내년 초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는 자연스럽게 축소를 시작할 것이고 시장은 금리 인상 관측을 키울 것”이라며 “차례로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 달러 강세, 엔화 약세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경제 미치는 영향 놓고 논란 일본에서 ’아베노믹스‘가 출범하고 엔저가 급격히 진행됐을 때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일본 수출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엔화 약세가 시작된 2012년 9월부터 올 2월까지 17개월간 엔화 표시 수출은 17% 증가했으나 달러 표시 수출을 단가로 나눈 물량 기준 수출은 0.7% 증가에 그쳤다.

앞서 일본에서 엔저 기조가 있었던 1995년 5월 이래로 10개월째부터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17개월째에는 대폭으로 증가했던 것과 달리 이번 엔화 약세 이후 17개월 동안 ’J커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진은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등 일본 주요 수출국들의 일본 의존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엔화 약세로 인한 단가 인하가 실제 수출 수요를 늘리는 효과는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엔저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만큼 크지 않다고 분석되고 있다.

당초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경쟁관계인 만큼 수출 감소 전망이 많았으나 한국의 수출은 지난달 사상 두 번째로 5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이주경·최서은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원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 한국의 수출 감소 폭은 1998∼2005년 최대 1.5%였지만, 2006∼2013년에는 0.7%로 작아졌다”며 “엔화 환율과 관련해 한국 수출의 민감도가 과거만큼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행은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선까지 떨어지더라도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0.35%포인트 감소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2일 기준으로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5.45원이다.

반면 엔화 약세가 국내 기업들과 증시에 불안요인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BNP파리바는 보고서에서 “원·엔 환율이 한국 수출량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지만, 기업 이익은 영향을 받았으며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국내 1천541개 상장기업과 169개 비상장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2년 4.8%에서 지난해 4.6%로 떨어졌다.

노무라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의 영업이익률 격차가 2012년 1.5%포인트에서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0.8%포인트로 좁혀졌으며 이는 지난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20% 절상된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영선 노무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인 1엔당 10원에 근접한 가운데 한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원화 변동을 안정시키려 개인·기업·기관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자금 유출을 독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철희 동양증권 연구원도 “이미 한국 기업 실적은 비용절감 노력 없이 현재의 엔저·원고를 견뎌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추가적인 엔저·원고를 경계하고 내수 확대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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