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알뜰씨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매달 내던 전기료를 8만원 넘게 아낀다. 관리비 항목에 세대별 전기료만 있을 뿐, 가로등이나 승강기 등의 사용에 따른 ‘공동’ 부문은 아예 없다.

김 씨가 새로 입주한 아파트의 옥탑 조형물 위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됐다. 하루 297㎾h의 전기가 생산돼 각 세대에 공급된다. 이 태양광 발전으로 전체 세대(397세대)가 하루 8만5803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두개 소형 풍력발전 설비도 단지 주변에 설치됐다. 여기서 하루 5.6㎾h의 전력을 생산, 단지 내 가로조명이나 수목조명 등에 활용한다. 지열을 이용해 관리사무소나 각종 공용시설 등에 냉·난방 에너지로 쓴다. 오는 2011년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 힐스테이트 얘기다.

건설업체들이 장기화한 주택경기 침체를 친환경 건설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 하에 치열한 그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는 에너지의 소비가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집단 주거형태다. 반면에 고층 아파트의 옥상과 벽면, 주변 조경단지를 활용하면 태양광과 풍력·지열 등의 각종 신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 그린타운의 최적 모델로 꼽힌다. 건설업체들도 여기에 주목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에도 불구, 최근 기술연구소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경력사원을 수십명 신규 채용했다. 이 회사는 최근 입주가 끝난 김포 고촌 힐스테이트에 태양광을 이용한 조명을 선보여 입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삼성동 힐스테이트에는 태양광 파고라(정자형 쉼터)와 중수도(빗물)를 활용한 생태 연못 등을 도입했다.

포스코건설은 아예 친환경·신재생에너지를 올해 최고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이 회사 에너지사업본부에만 300명이 넘는 그린 전문가들이 근무한다.

포스코 건설은 한국서부발전 등과 함께 1조원 규모의 가로림만 조력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전라남도 영암에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강원도 횡성의 태기산에는 40㎿급 풍력발전 단지도 지난해말 준공했다. 태기산 풍력 단지로만 연간 6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최근 목포 옥암푸르지오 아파트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했다. 대림산업은 대구 수성 e편한세상의 커뮤니티센터에 연간 3리터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하는 ‘에코 3리터 하우스’를 건설했다.

이길재 동양건설산업 사장(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장)은 “대단위 프로젝트성 사업이 많은 녹색산업이야말로 현 건설업계의 불황 돌파에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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