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선에 감압체임버만 있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
6일 오전 7시36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민간잠수사 이광욱(53)씨가 숨졌다.
50대 베테랑 잠수사인 이씨는 이날 오전 6시 7분 물 속에 들어간 뒤 5분 만에 통신이 끊어졌다. 이씨는 동료에 의해 20여분 만에 물위로 끌어올려졌지만 끝내 세상을 뒤로했다.
이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구조작업의 또다른 문제점이 드러났다. 동료의 도움으로 물 밖으로 나왔지만 위독한 이씨에게 긴급구호 조치와 상태를 확인할 의사는 바지선에 없었다. 앞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잠수사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실종자 가족 등의 요구로 잠수사에 대한 식사와 구조여건 등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씨가 동료에 의해 바지선으로 끌어 올려진 시각은 오전 6시 26분이었다. 그 뒤 20분가량이 지난 오전 6시 44분이 돼서야 이씨는 병원으로 가는 헬기에 탈 수 있었다.
해경의 요청으로 바지선 인근에 있던 청해진함 군의관이 바지선에 와 인공호흡 등 긴급구호 조치를 했지만 이미 11분이 소요된 뒤였고 이씨의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해군 관계자는 “청해진함이 바지선에서 90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대기한다. 잠수사들이 아프거나 긴급구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해경의 요청이 있으면 군의관 등 의료진을 투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경의 구호 요청이 있을 시 의료진이 투입되기까지 7분 정도 소요된다”면서 “24시간 군의관을 배치하고 있다. 이씨에 대한 구호 요청에 군의관을 즉시 투입해 긴급 구호 조치를 취하고 병원까지 동행하면서 후속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해군의 설명대로라면 바지선에서 생활하는 잠수사들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최소 ‘골든타임’ 7분을 허비하게 된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 잠수사들이 머무는 바지선에는 감압 체임버와 간단한 구호조치를 할 수 있는 응급구조사 외에는 의료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진함과 평택함, 독도함 등 사고 해역 인근에 대기 중인 해군 함정에는 군의관과 감압 체임버, 수술실 등이 갖춰있다.
해군과 해경 등은 구조작업에 투입된 뒤 각 함정에서 대기하며 의료진에게 건강상태 점검과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민간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계속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긴급상황이나 피로 누적으로 인한 건강 악화 시 제대로 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긴급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민간잠수사에 대한 의료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희생자 수색에 투입되는 민간잠수사들은 잠수 전 기본적인 건강 진단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해군의 잠수사들이 구조작업 후 함정으로 돌아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가며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책본부는 앞서 민간잠수사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별도의 관리시스템은 없지만 혈압과 맥박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구조작업에 투입된 민간잠수사들의 주장은 이와 달랐다.
열흘간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잠수사 A(37)씨는 “바지선에 들어가기 전이나 잠수 직전에 맥박이나 혈압 등을 체크하지 않고 개인이 판단해서 팀장들에게 컨디션을 보고하고 있다”면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잠수 순서를 바꾸거나 다른 잠수사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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