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회의 맛있는 성]

   
1971~03 부산의대 산부인과 교수
2003~05 대한성학회 창립 및 초대회장
2005~09 세계성학회 국제학술위원
2003~현재 부산대 명예교수

1960년대 미국의 유명한 성학자인 마스터즈는 ‘여자들은 오르가슴을 마치 어디엔가 매달렸다가 순간적으로 풀려나는 듯한 전신적 감각을 느끼면서, 음핵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빠르게 모든 골반 부위로 퍼져나가는 강한 쾌감을 느낀다고 표현한다.

 국소적으로는 자신의 성기 부위가 따듯하면서 마치 감전되어 약간 떨리는 듯하다가 온 몸으로 퍼지는 것처럼 느끼며, 이어 자신의 질과 골반 부위의 근육이 의지와 관계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수축하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에 꼭 동의 안 하는 한국 여성들도 많다.
 남자의 오르가슴은 그 정체가 매우 뚜렷하며,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오르가슴에 대한 확신이 있다. 사정이 일어나며 극도의 쾌감을 느끼고 나면 갑자기 긴장감이 풀어지고 때로는 약간의 회의감이 오기도 하며 발기가 소실되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파트너마저 이를 인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여자의 오르가슴은 실은 남성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한번으로 잘 끝나지 않으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는 의식의 변화에 있어서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마치 미스터리처럼 아직도 그 정체가 제대로 들어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동안의 대부분의 연구나 조사들이 남자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면서 여성의 성 반응도 마치 남자의 그것과 흡사하리라는 오해 속에 연구가 되어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절정감 또는 극치감이라고도 하는 오르가슴은 남녀를 막론하고 ‘자연이 준 가장 놀라운 선물’, 또는 ‘인간에게 있어서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특한 ‘쾌‘의 감각이다.
 인간이 극치감을 느낄 때는 자기의 의지와 관계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약간의 ‘의식의 변질’이 오는데 이 때문에 중세 유럽에서는 오르가슴 중의 말이나 행동을 악마가 하는 것이라고도 했으며, ‘오르가슴 전후 한 시간 사이에 일어난 모든 약속은 법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무효다’라고까지 했다. 우리네 베개머리 송사를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과거에는 신비에만 쌓여 있던 오르가슴의 생리가 최근 뇌의 자기공명영상 연구가 진행되면서 그 정체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데 놀랍게도 우리의 사고와 판단을 지배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의 산소결핍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뇌의 앞부분에 있던 혈액이 갑자기 뒤 쪽 특히 여자의 경우, 운동을 지배하는 소뇌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오르가슴 때 순간적으로 자기를 잊어버려 심한 경우 남편과의 관계 도중 옛 애인의 이름이 입에서 튀어나오기도 하는 등의 말이나 행동 그리고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던 근육까지 동원하면서 긴장하는 현상들을 설명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자위를 포함한 섹스 행위는 오르가슴을 얻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 뿐 그 외의 방법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육체적 오르가슴이 때로는 양치질 같은 엉뚱한 행위 중에서도 일어나며 롤러코스트를 타거나 번지 점프 중에, 심지어는 목매어 자살을 시도하다가도 비슷한 쾌감을 얻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잠깐 죽었다가 살아난’ 즉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증언에 오르가슴과 유사한 황홀한 감각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양 사람들이 예로부터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르가슴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여성들도 의외로 많다. 대부분 성 지식이 부족한 소치이다. 이 감각은 매우 특이해서 우리 몸의 다른 어떤 감각과도 비견할 수 없지만, 굳이 비슷한 감각을 찾는다면 ‘재채기’일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오르가슴을 ‘전신의 재채기’라고도 부른다. 여하튼 강한 긴장으로부터 급격히 해방되는 감각이다.
 인도의 성학자인 코타리 씨는 ‘오르가슴은 인간이 육체를 통하여 얻는 감각 중에 가장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상태로 그 판정은 뇌가 한다’라고 했지만 오르가슴이 가져다주는 특이한 감각이 아픈 감각, 가려운 감각, 뜨거운 감각 등에 못지않게 육체적인 것은 사실이다. 뇌가 판단하는 친밀감, 행복감, 성취감 같은 것은 아무리 동시적인 것 같아도 그 다음인데, 어쩌면 오르가슴 때의 의식의 순간적인 변질은 이들의 자리 잡기를 위한 일종의 ‘보링’ 현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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