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지역의 다시래기 굿은 발인(發靷) 전날 밤 상여를 메고 갈 상두꾼들이 모여 놀이판을 벌이는 것이다. 상주를 위로함과 동시에 장례에 함께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푸는 것이다. 상가(喪家)의 슬픔과 어려움을 놀이라는 것을 통해 위로하고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지난 3일 부산역에서는 다시래기 굿의 형식을 빌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가슴 아파하는 시민들을 위로하는 문화행사가 진행되었다. 부산민예총이 중심이 되어 부산의 예술인들이 마음을 모아 마련한 자리다. 양일동, 이수옥, 김진아의 노래로 진행된 다시래기 굿과 춤꾼 하연화의 살풀이춤, 작가회의 송진 시인의 추모시 낭송이 이어졌다.

이 행사는 ‘세월호 희생자 부산 범시민 추모위원회’가 준비한 1차 추모대회에 예술인들 공연이 보태진 것이다. 세월호 참사 후 대부분의 축제와 공연들을 취소한 예술인들은 힘든 시기에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부산작가회의는 ‘릴레이 추모시’를 진행하고 있다. 시인들의 시를 홈페이지에 게제하고 추모행사에 시인들이 직접 나서서 낭송하고 있다. 이성희 시인과 김요아킴 시인, 서규정 시인을 비롯하여 여러 작가회의 시인들의 시가 매일 보태지고 있다.

부산역 분향소 앞에서는 작지만 정성으로 마련하는 위로의 예술제가 이어질 예정이다. 9일에는 고명자 시인의 추모시 낭송과 ‘우다다’의 노래 공연이 열린다. 2차 추모대회가 열리는 10일에는 이영옥 시인의 시낭송과 부산대학교 무용학과 강미리 교수의 진혼무가 펼쳐질 예정이다.

부산 예술인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 여기고 춤과 노래와 글로써 희생자와 시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부산역 앞에서 진행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 다시래기 굿’

김현정 기자 khj@busaneconomy.com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