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기업으로 부터 구매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실적(KCER)’을 해외 판매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다. KCER이란 이산화탄소 감축 의무가 없는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저감한 탄소 배출실적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부분 정부가 구매한다. 지난해에만 158만톤의 KCER를 구입했지만 해외 시장에 상품등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배출권 판매에도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12일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 이태용)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한국남부발전으로 부터 구매한 KCER를 미국 ‘시카고기후거래소(CCX)’에 등록하는데 성공했다. CCX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소로 비의무감축국 기업·단체가 사회적 책임을 통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배출권을 사고판다. 이번에 등록된 감축실적은 한국남부발전이 제주 한경지역에 설치한 6메가와트(㎿)급 풍력발전소(총 예상 감축량 5만5000톤)에서 저감한 것이다. 공단은 SK에너지로부터 구매한 울산 성암매립장 매립가스(LFG) 사업 감축실적(총 예상 감축량 50만 7375톤)도 등록을 추진중이다. 공단은 진행 중인 두 건 외에 정부가 구매한 다른 실적에 대해서도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KCER 해외 판로 확보도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관리공단 온실가스 등록소에는 총 189개 온실가스 감축사업이 등록돼 있다. 이들 사업에서 매년 발생하는 KCER는 대부분 정부가 구매한다. 지난 2년간 총 252만톤의 KCER을 사들였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KCER에 대해서는 가능한 해외로 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것이 원칙”이라며 “앞으로도 활발히 KCER 판매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저감실적 등록이 실제 판매로 이어지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발적 감축실적 판매 가격이 톤당 2달러 선에서 거래돼, 당초 정부 구매 가격보다 턱없이 낮은 탓이다. KCER의 정부 구입단가는 2007년 톤당 4982원, 지난해에는 4677원이었다.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지만 국제가격은 이보다 훨씬 낮다.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거래 가격이 너무 싸 현재로서는 KCER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며 “향후 가격이 회복되면 적당한 선에서 거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안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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