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23일째이자 어버이날인 8일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유원지 제2주차장에 마련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려 쓸쓸함을 더했다. 희생자 영정이 모셔진 합동분향소 제단 앞 새하얀 국화 더미 사이로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노란 안개꽃과 함께 바구니에 담긴 카네이션은 제단 왼쪽 일반인 탑승객의 영정 아래 놓여 외로이 조문객을 맞았다.

행여 꽃 같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팔까 이른 아침 자식이 건넨 카네이션 대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단 수많은 어버이가 그 앞을 지나며 눈물을 훔쳤다.

분향소 입구에서 하얀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 ‘내 아이 보고 싶어 피눈물 납니다’, ‘제발 마지막 한 명까지 찾아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자식 잃은 어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말없이 눈을 감았다.

또 한 명의 희생자를 안치하기 위해 하얀 천으로 가린 영정을 앞세운 유족들이 분향소에 도착하자 하얀 마스크 위로 감긴 눈에서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분향소 출구 양쪽에 설치된 테이블에서는 희생자·실종자 조기 수습과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해 특검과 청문회를 열자는 내용의 서명운동이 나흘째 이어졌다.

며칠 전 서명을 마친 한 시민은 안타까운 마음에 재차 서명하려다 유족들의 정중한 거절에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은 26만 명을 넘어섰다. 임시분향소를 합하면 모두 44만6천여 명이 다녀갔다. 분향소에는 현재 학생 198명과 교사 5명, 일반 탑승객 26명 등 229명의 영정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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