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천 장종원 선생

지금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월호의 침몰사고로 유가족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슬픔에 젖어 있다. 이는 지금까지 지나친 경제논리가 주류를 이루면서 도덕과 인성, 나아가 인문학의 소외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가장 적당한 말이 소이연 소당연이 아닌가 한다.

소이연 소당연은 당연히 해야 할 바를 하고 그 일이 어찌된 것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소이연과 소당연은 이(理)의 두 가지 측면이다. 이(理)에는 자연과학적 원리와 윤리적 원리라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소이연은 자연적 원리를 담당하는 것이며, 소당연은 윤리적 원리를 담당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소이연과 소당연을 병렬관계로 대등하게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이연과 소당연은 병렬관계에 있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희(朱熹)는 “소당연을 통해 소이연에 도달하여야 한다.”고 자주 강조했다. 즉, 개념적 절차상 소당연은 소이연에 도달하기 위한 이전 단계로 보는 것이다. 또한 퇴계 이황은 ‘소이연지고(所以然之故)’와 ‘소당연지칙(所當然之則)’을 찾아 ’체용일원(體用一源)‘과 ’현미무간(顯微無間)‘을 인식함으로써 이성적 판단력을 가져 ’정일집중(精一執中)‘하는 것이야 말로 참다운 진리하고 생각하였다. 소이연과 소당연을 하나로 묶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당연이란 “윤리적 당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소당연이란 개념 자체에 이미 자연적 원리와 윤리적 원리라는 두 가지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이(理) 개념의 이중적 의미가 소당연 개념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소당연은 우주 만물이 마땅히 그래야 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윤리적 원리이다. 소당연의 법칙(所當然之則)이란 윤리적 법칙뿐만 아니라 과학적 법칙까지 포함한다.

가령 이것을 세월호 사건에 대입하면 이런 것이다.

“여객선은 위험한 날씨에서는 출항하지 못한다.” 이것은 과학적 원리이면서 동시에 윤리적 원리이다. 위 진술은 “여객선이 맑은 날이 아닌 안개 낀 날 출항해서 위험한 항해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설명한다. 동시에 위 서술은 “여객선이 시계(視界)가 없는 안개 낀 날 출항은 위험에 노출되어 여객의 안전까지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윤리적 내용까지 담고 있다. 성리학자들은 이처럼 일체의 과학적 사실들을 단지 과학적 사실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들을 모두 윤리적 지평에서도 파악하고자 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사고는 물적 인적요인과 해운선사를 둘러싼 무법&불법행위,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 부재 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인재였다는 사실에서 소당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예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가령 그들은 “교통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과학적 원리와 “교통법규를 어기면 안 된다.”는 윤리적 원리를 늘 함께 생각했던 것이다. 과학적 원리와 윤리적 원리가 구분될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그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소당연이란 “교통법규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과학적 원리와 “교통법규를 어기면 안 된다.”는 윤리적 원리를 동시에 표현한다.

소이연이란 이러한 소당연의 법칙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게 된 근본적인 까닭(所以然之故)을 의미한다. 성리학은 소당연의 법칙만을 파악하는 데에서 그치지 말고 그러한 법칙이 왜 발생하는지 궁극적 차원에서 따지고자 한다. 따라서 성리학은 자연학이며 윤리학이면서 동시에 형이상학이다.

“어린 아이가 뜨거운 물을 만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성리학의 제일원리는 소당연으로 설명된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면서 동시에 윤리적 법칙이다. 누군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않는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며 동시에 우리는 그를 인간으로 대접해 주어서는 안 된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어린학생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고통과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만 내려앉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을 고통과 슬픔으로 들끓게 했다. 소이연과 소당연을 생각했다면 있을 수 없는 사고다

소이연, 왜 여객선이 침몰했는지, 이것으로 유가족에게는 피눈물이, 국민은 슬픔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되짚어봤으면 한다.

토천 장종원은 동양명리학자이자 경영학 박사로서 토천 행복연구원장으로 활동.

▲ 전 동의대학교 강사

▲ 원광디지털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부경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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