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여행·유통·내수기업 실적 전망 수정

   
세월호 침몰 13일째인 28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민간소비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증권가가 관련 기업의 실적에 사고 여파를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로 소비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맞는 여행·유통·내수소비재 업종 내 기업이 그 대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가 여행사인 하나투어다.

사고 이후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징검다리 연휴와 휴가철이 포함된 5∼7월 여행 예약률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애초 5, 6월 황금연휴로 여행 수요 증가를 기대했지만 세월호 참사로 단체 여행객 예약이 취소되고 있다”며 “통상 예약률이 높은 월초임에도 하나투어의 예약률은 기대에 못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우려는 실적 추정치 및 목표주가 하향 조정으로 이어졌다.

황용주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 올해 2분기는 황금연휴와 더불어 출국자 수 확대에 의한 실적 개선을 예상했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단체 패키지 고객 감소가 5∼6월 예약률 둔화로 이어져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이 추정하는 하나투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8% 줄어든 31억원이다. 2분기 실적 추정치 하향으로 연간실적 추정치도 함께 낮아지면서 목표주가도 8만1000원에서 7만8000원으로 낮아졌다.

민간소비 둔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유통업종 내 기업 실적에도 세월호 참사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

NH농협증권은 신세계의 올해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평균’으로 낮췄다.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백화점 채널의 부진으로 실적 개선이 지연돼 당분간 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증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신세계의 1분기 실적도 부진했지만, 2분기 실적 역시 세월호 참사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홍성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의 2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8% 낮춘 703억원으로 수정했다.

홍 연구원은 앞서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에 따른 영업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2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전망치보다 10% 낮춘 1018억원으로 조정했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CJ오쇼핑의 투자의견과 실적 전망치를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사고가 기업 실적에 분명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달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CJ오쇼핑이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여행상품은 철수했으며, 쇼호스트들도 판매 태도를 누그러뜨리고(톤다운) 있다”면서 세월호 사고의 영향으로 2분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내수소비재 업종 내 기업 일부는 마케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여파를 받기도 했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소비재 중 롯데칠성을 차선호주로 꼽으며 “맥주 신제품의 제품 경쟁력은 양호한 편이지만 세월호 사고 이슈로 초기 마케팅에 차질이 생겨 주가 상승이 제한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연합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