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세월호 사고 진상규명 17대 과제’ 발표
“사고원인과 함께 언딘·해수부·해경 부적절한 관계도 밝혀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8일 오전 안산 와스타디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17대 과제를 발표했다.

민변은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에 따라 기울어진 배에서 발로 벽체를 밀며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의)마지막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고 운을 뗀 뒤 이번 사건을 “자본의 입장에 치우친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드러낸 최악의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민변은 17대 과제를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 원인과 직접적 원인, 구조과정에서의 문제점, 사고이후 정부대응과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 등 4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민변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인한 안전장치의 해제’를 첫 번째 진상규명 과제로 꼽았다.

정부가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여객선 선령제한을 30년으로 완화하면서 노후화된 여객선 운항제도를 앞장서 도입했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권을 2010년 국토해양부(현 해양수산부) 해양항만청에서 해경으로 이관, 해경(2곳)과 해수부(15곳)가 VTS를 이원화해 관리하면서 행정공백과 혼란이 발생한 점도 두 번째 과제로 규정했다.

민변은 이 과정에서 선박의 진출입 시 보고의무가 삭제됐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은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해운조합 등 부패한 감독기관에 의한 부실한 운항 및 선박 안전관리(3대 과제), 해양사고 위험신호 등에 대한 무시와 무대책(4대 과제) 등도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민변은 또 해양경찰과 해양항만청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5대 과제)과 침몰한 경위 및 원인규명(6대 과제)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류했다.

규정상 987t의 화물만 실어야 하는 세월호가 4배에 가까운 3천608t의 화물을 싣고도 평형수를 줄여 출항하는 것을 허가한 당국에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변은 ‘구조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승무원들의 잘못된 대응(7대 과제), 해경의 잘못된 초기대응(8대 과제), 정부 재난관리시스템 부실(9대 과제), 해경의 해군 및 민간잠수사 구조 방해의혹(10대 과제), 언딘과 해수부, 해경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11대 과제), 인명구조 명령권을 발동하지 않은 해경의 직무유기 의혹(12대 과제) 등을 꼽았다.

특히 민변은 언딘 김윤상 대표가 해경 법정단체인 해양구조협회 부총재를 역임하고, 해수부가 대책회의에서 언딘을 언급하는 등 구조업무를 언딘이 독점한 부분에 대해 유착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정부의 언론통제 및 사건은폐 의혹(13대 과제), 피해가족 및 시민에 대한 부당한 감시(14대 과제), 비판자 외압과 위협(15대 과제), 대통령 지시내용과 이행여부(16대 과제), 수사과정 의혹(17대 과제) 등을 ‘정부대응과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으로 규정했다.

민변은 이에 대해 정부가 관계기관에 SNS 대응지침을 내려 여론을 통제하고, 해경 정보관을 이용해 피해 가족의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은 전문가들의 인터뷰 금지 의혹, 이준석 선장이 머물던 아파트 CCTV 영상 삭제 문제 등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변 관계자는 “명백한 진상규명만이 사망자 등 피해자들에 대한 최선의 예우라는 판단 하에 언론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정리해 17대 과제를 선정했다”며 “피해자들의 정당한 피해배상 등에 대한 법률적 지원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더이상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지난달 25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법률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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