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들려오는 안타깝고 애통한 소식에 5월의 화창한 날씨도 도움이 안 된다. 잠시나마 비통한 마음을 잊으려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찾았다. 뚜벅뚜벅 봄 향기 넘치는 골목을 이리저리 헤매다 채소 파는 자판 앞에 걸음을 멈췄다. 초록을 머금은 두릅을 보니 신록의 계절임을 그제야 실감하고 한 움큼 집어 만원짜리 한 장을 노모에게 건 냈다. 두릅을 담은 비닐봉지 사이로 상큼한 봄기운이 새어 나온다. 그렇게 시장구경을 좀 더 하다 탕을 끓일 요량으로 싱싱해 보이는 아귀 두 마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물이 날 동안 두릅은 손질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쳤다. 두릅숙회다. 초고추장에 찍어 한 입에 넣었더니 쌉싸래한 녹즙이 침샘을 자극한다. 잠시 잃었던 입맛이 살아나는 것이 이게 자연의 푸른 맛이구나 싶다.

두릅숙회

1. 끓는 물에 씻은 두릅을 넣고 10초 정도 익힌다.

2. 채발로 건져 낸 두릅을 상온에 식힌다.(냉장실에 넣었다 먹으면 더욱 좋다)

3. 초고추장에 곁들여 먹는다.

다시마와 다시용 멸치를 건져낸 뒤 깨끗이 씻은 아귀를 넣고 한소끔 끓였다. 보글보글 끓던 냄비는 어느새 뽀얗고 진한 색으로 변했다. 마늘과 파는 송송 썰어 국물에 힘을 싣고 소금으로 간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넣어 풍미를 더 했다. 좋은 재료의 맛은 굳이 화학조미료 첨가하지 않아도 진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아귀 간에서 나온 기름이 고소한 맛을 더 했다. 통통한 살코기 한 점 골라 미리 만들어 둔 초간장에 곁들였다. 부드럽고 담백한 아귀 살은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버린다. 아귀는 내장 빠지면 섭섭하다. 쫄깃한 밥통이며 진미라 불리는 간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이다.

아귀탕 다시재료 - 다시마, 중멸치

아귀탕

재료 - 아귀 2인분 기준 5~800g 한 마리, 무, 대파, 마늘, 미나리, 소금, 취향에 따라(후추, 청량고추)

1. 다싯물 낸 냄비에 손질한 아귀와 무를 넣고 끓인다.

2. 다싯물이 뽀얗게 변하면 다진 마늘과 대파(청량고추)를 넣어 준다.

3.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4. 미나리를 넣고 2분 정도 더 끓인다.

초간장 - 다싯물 한 스픈, 간장 한 스픈, 식초 반 스픈, 쪽파 약간 * 마트에 판매하는 폰즈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이렇게 먹다 보니 또 소주 한잔 그립다. 미안한 마음에 또 술잔을 비우고 말았다. 잔인한 4월이 가고 신록의 5월이 왔다. 하지만 아직 슬픔을 잊기에 세상이 원망스럽다. 내년 그 후년에도 4월을 기억하리다. 쌉싸래한 두릅과 구수한 아귀로 잃었던 입맛을 추스르며 나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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