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것부터 고치자] - (3)

‘4.16 세월호 참사’ 초기 국민적 공분을 산 부분은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에서 일사불란한 구조작업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구조·구난을 책임진 해경은 그야말로 ‘작전제로’였다. 구조작업이 구난(인양)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 수 있다.

“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데 왜 선체로 올라가 구조작전을 펼치는 구조대원이 별로 보이지 않는가? 사고 초기에 왜 잠수사가 대거 투입되지 않았는가?”

세월호 사고 초기 화면을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던지는 질문이다.

총동원됐어야 할 해양경찰청의 특공대와 잠수사는 타고 갈 헬기가 없었다. 출동 가능한 헬기 한 대는 소수 구조원만을 태운 채 먼저 이륙했고 나머지 헬기는 당장 동원할 수 없는 상태와 거리에 있었다. 이 경우 현장 지휘를 맡은 해경은 119구조본부의 헬기를 신속하게 불러야 했다.

그러나 해경과 전남119, 전남119와 중앙119 사이에 신속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군과 민간·자원봉사 잠수사의 동원도 느렸다. 해경에 따르면 첫날 동원된 잠수사는 20명에 불과했다.

‘안전’을 강조한 현 정부가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재난대응체계를 만들었지만 가장 중요한 현장 초기대응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사회재난 총괄부서인 안행부는 사고 첫날 대형재난의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꾸렸으나 시작부터 허둥댔다. 잘못된 수치의 구조인원을 발표했다가 희생자 가족과 국민의 분노를 자초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엉터리 발표보다는 초동대응 실패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초동대응 실패 원인은 우선 해경, 소방방재청, 해군 등의 자료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현장 지휘탑인 해경의 역량과 준비 부족이다.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기울어진 세월호에 접근하고서 진입 및 구조 작전을 펴지도 못했고, 군을 포함한 다른 기관과 민간에 요청해 가용 자원을 신속하게 집결해 일사불란한 작전을 전개하지도 못했다. 해경의 이런 엉성한 재난 대응 때문에 인명 구조에 필수적인 헬리콥터는 물론 잠수사들이 뒤늦게 도착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 정부 재난대응 체계의 주축은 안정행정부와 소방방재청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자치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범정부 안전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하고 사회재난과 자연재난의 총괄기능을 각각 안행부와 방재청으로 나눠 맡도록 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안전행정부와 소방방재청 모두 전문성과 의지, 권한 부족으로 정부 내 재난안전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미국의 9·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캡틴은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미 연방정부는 지원역할을 했다.

세월호 사고로 초동 대응의 허점과 ‘부처 간 칸막이’로 막힌 재난 대응이 확인된 상황에서 미국처럼 재난 때 인명 구조의 지휘권을 현장 캡틴에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찰·소방·방재 책임자는 모두 주지사 아래에 있어 경찰과 소방 당국이 주지사의 지원을 받아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경이나 119 구조대는 의사결정에 제약이 크다.

실제 전국 119구조본부는 소방방재청 소속의 중앙119와 연계돼 있어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각 시도에 속해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구조적으로 일사불란한 지휘가 ‘제약’된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전담부처를 설치해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다시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 재난대응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방방재청과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를 합치고 여타 기능이 부가될 것으로 보이는 국가안전처는 미국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DHS)와 방재정책 코디네이터 기관인 연방재난관리청의 중간 수준의 기능과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재난관리의 중심은 예방, 대응, 복구 가운데 예방에 방점이 찍힌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주 업무도 예방이다.

새로 생길 국가안전처는 평소 누가(정부 각 기관) 무엇을 할지에 대해 명확하고 분명한 계획을 만들고 재난 현장에서 작동 가능여부를 점검하고 훈련하는 ‘재난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상연 기자 lsy@busaneconomy.com·일부연합

저작권자 © NBN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