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방송국에 기자회견 생중계 강제하기도

태국 정부 '심장부'인 총리 청사가 반정부 시위 본부로 둔갑하고, 방송사들이 강압에 못이겨 시위대 주장을 생중계하는 등 태국 민주주의가 악화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10일부터 총리 청사 내 산티 마이트리 건물을 시위 지휘 본부로 사용 중이다.

이 건물은 총리와 일부 각료의 사무실을 포함하고 있으며, 정부의 주요 의전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시위 지도자인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청사를 지키던 경비대와 협상을 벌여 일반 시위대가 청사 구내에 진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도부가 이 건물을 사용하도록 허용받았다.

치안 당국은 시위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시위대에 의한 청사 기물 및 문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청사 건물 일부 사용을 허용했다.

시위대가 총리 청사를 본부로 사용하기로 한 것은 자신들이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대행이 이끄는 현 정부보다 우세함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수텝 전 부총리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권력남용으로 해임된 뒤 내각에 의해 지명된 니와툼롱 대행은 정부를 이끌 권한이 없다며 상원과 사법부가 새 총리 임명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 건물에서 새 정부 구성 작업도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총리 청사는 약 6개월 동안 시위대에 의해 포위돼 있었으며, 잉락 전 총리는 국방부 상무 차관 사무실, 경찰청 등 임시 장소에서 집무했다.

방콕포스트는 11일 산티 마이트리 건물 로비에서 수텝 전 부총리가 시위대 지도부와 환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다.

반정부 시위대는 또 관변 방송을 중지하고 정부 퇴진 운동에 협조하라며 지난 9일부터 채널 3, 5, 9, 11, 타이PBS 등 5개 공중파 방송국을 포위했다.

이들은 총리 청사 바깥에서 열린 수텝 전 부총리 기자회견을 생중계할 것을 이 방송국들에 요구했으며, 4개 방송국들이 이에 굴복해 회견을 생중계했다.

반정부 시위대가 방송국을 포위하거나 강제로 자신들의 주장을 방송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가 고조됐던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에도 방송국들을 일부 점거해 자신들의 주장을 방송할 것을 요구해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난을 받았다.

언론, 시민 단체들은 시위대가 언론기관을 위협하고, 강제로 방송하게 하는 것은 쿠데타 상황에서나 볼 수 있는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비난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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